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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태 Mar 28. 2019

부산행

각자의 생각을 싣고 달리는


30분 일찍 도착해 서울역에서 기다리던 중, 휴대폰 알람이 떴다.

`비용의 50%만 마일리지로 결제하고 특실로 업그레이드하시겠습니까?`

평소 같았으면 마일리지가 아까워 거들떠보지 않았을 메시지를 유심히 지켜본다. 그리곤

`가뜩이나 감기로 몸도 안 좋은데, 좀 편안히 가야겠다. 이때 아니면 또 언제 탈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고

`네`를 눌렀다.

편안히 가기 위하여 예약이 상대적으로 적게 되어있던 2호차의 2인석으로 선택했다. 혼자 편안히 가기에는 1인석이 좋겠지만, 이미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다른 손님들이 타지 않을 것 같은 자리로 선택한다.

탑승시간이 다가와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다 보니,

`사회인 다 됐네. 부산 출장도 가고`라는 생각이 스친다.

사람 일이라는 게 한 치 앞을 파악하기 어렵고, 그래서 더 힘들고 더 재밌는 것이 인생이다. 내가 이렇게 늦은 밤 열차에 몸을 싣고 심리적으로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것 같은 부산으로 출장을 위해 가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몸은 피곤하지만 일이 재밌고, 스스로를 증명하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꺼이 이동하고 있다. 이렇게 이런저런 생각이 뒤죽박죽 뒤섞이며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293km`

시흥을 지나 천안, 그리고 대전으로 빠르게 향하는 열차 안에서 상대적으로 느리게 지나가는 창 밖의 어둑한 풍경을 멍하니 보다 보니 여러 생각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생각의 끈을 하나하나 이어가며 그동안 못했던 잡스러운 생각들을 연결해보니 결론이 이상해진다.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이래서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는 것은 조금은 위험하다. 경각심을 갖고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내가 얼마나 오래 생각에 잠겼지? 아무도 날 보고 있지는 않겠지?'


그 누구도 서로에게 눈길 조차 주지 않고 있다. 이렇듯 부산으로 향하는 열차는 탑승객 각자의 복잡한 생각을 갖고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열차는 앞으로 1시간 뒤면 목적지에 도착할 터인데, 내 삶의 목적지는 어디고, 언제 도착할지.. 도착이나 할 수 있을지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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