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꼬마 Mar 04. 2021

자기위안용 환상에서 벗어나시오

책 <김미경의 드림온>을 읽고

  프로파일러를 꿈꾸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마 그때는 방송의 영향으로 그 직업을 하고 싶다고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경찰을 할 정도로 성적이 높지 않았고, 그 핑계를 이렇게 삼았더랬다.


  ‘아, 진짜 꿈이 생기면 공부 열심히 하게 될 텐데.’


  그 때는 꿈이라는 것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러하듯이 첫눈에 반하듯 머리를 탕 치고 생기게 되는 것인 줄 알았던 것 같다.

  친하던 한 선생님에게도 이렇게 말했었다.


  “아 진짜로 하고 싶은 일만 생기면 공부를 열심히 할 텐데, 동기가 없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프로파일러를 하고 싶은데 성적이 안 돼서 못할 것 같다는 말을 선생님께 했는데 그 말을 들으신 선생님께서는 웃으며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 하고 싶은 것만 생기면 공부 열심히 할 거라며!”


  그 말은 나에게 지금까지도 무안함을 안겨주는 말이다. 꿈을 우습게 본 대가일까. 어렸을 때의 멋모르던 그 모습을 지금까지도 나는 안고 살아간다. 아마 미디어 속에서 보이는 꿈의 화려함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진짜 가슴이 시키는 일만 생기고 나면 미친 듯이 자동으로 열심히 하게 될 것이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다. 김연아라고 해서, 손흥민이라고 해서, 자기 일이 언제나 하고 싶기만 했을까, 언제나 행복하기만 했을까. 이런 나의 마음을 콕 짚어주는 말이 이 책에 나온다.


  “꿈만 생기면 저절로 성실해질 거라는 기대는 착각에 불과하다. ‘지금은 괜찮은 꿈을 못 만나 이렇게 대충 살지만 가슴 뛰게 하는 꿈만 만나면 제대로 성실하게 일해보리라.’ 하는 말은 허풍 중의 허풍, 전형적인 사기다.”


  읽는 순간 마음이 뜨끔했다. 김미경 씨가 말하는 그런 사기꾼 같은 사람이 바로 그때의 내가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데 깨달았다. 사실은 지금도 그렇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그때의 꿈은 정말로 멋있어 보이는 꿈을 찾았던 것이고, 지금은 정말 내가 가슴 뛰는 일을 찾았다. 그런데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는 중이다. 꿈을 찾았는데도,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도, 해야 할 일을 아는데도 이렇게 살고 있다. 나는 아직 꿈을 이룰 준비자세도 안 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책 속에는 이런 말도 나온다.


  “질문이 이상하네요.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데 시간을 정해놓나요? 하루 종일, 심지어 꿈에서도 그리워하잖아요. 내게 작업은 그런 거예요.”


  한 설치미술가에게 하루에 작업을 몇 시간이나 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가 한 대답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사랑과 작업을 연결해 비유한 그녀의 마인드가 인상 깊다고 생각했다. 그 말이 하필 왜 내게 인상 깊은지 고민했는데 그건 바로 작업은 곧 ‘일’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좋아하는 일은 취미가 적당하다고들 하는데 좋아하는 일도 일이 되면 곧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일을 사랑과 연관 짓다니. 물론 일은 사랑해야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일이 매번 그렇게 사랑스럽고, 보고 싶고, 보지 못하면 불안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녀의 일에 대한 애정을 그렇게 깨달은 것이다.



  그럼 그녀가 작업하는 것은 처음 내가 인용한 문장인 ‘괜찮은 꿈’인 것일까? 그녀는 설치미술가라는 꿈을 갖자마자 그렇게 미친 듯이 성실함에 불타올랐을까? 역시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절대 자동으로 생기지 않는 성실함이, 저렇기까지의 사랑스러움으로 연결될 정도면 얼마만큼의 노력과 열정이 퍼부어졌을까? 생각만 해도 까마득한데, 그 까마득함이 드림워커가 되기 위해 걸어야 할 노력과 열정의 길과 같은 까마득함이라고 생각하니 나는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걱정부터 된다.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역량의 전부와 같다. 김미경 씨가 말하는 세 번째 드림 리소스인 ‘역량’ 말이다. 김미경 씨는 역량을 재능과 적성, 이렇게 둘로 나누는데 재능은 잘하는 것, 적성은 좋아하는 것이다. 내가 글 쓰는 것을 내 역량의 전부라고 말하는 것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모두 '글'이라는 말이 된다. 지금은 글 쓰는 스타일을 변화시키기 위한 과도기를 겪고 있는 타이밍이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그 역량만을 바라보고 꿈을 향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능과 적성이 한 곳으로 모아지는 행운을 가지고 태어났다니 정말 행운이지만 그렇다고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자동으로 언제나 글이 써지고 싶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글을 쓰기 위해 글 구조를 고민하고 몇 번의 퇴고를 거치는 과정은 피곤한 일이다. 그래서 매번 글을 쓰고 싶은 주제만 적어놓고, 두 번째 드림 리소스인 ‘실행력’에서 항상 작업이 중지된다.


  “좋은 꿈이 실행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실행이 좋은 꿈을 만든다.”


  맥락이 앞서 소개한 문장과 비슷하다. 꿈만 생기면 막 해야 할 것들이 하고 싶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무언가를 해야 거기서 비로소 꿈이 나온다는 말이다. 실행력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지만 결국은 실행력을 높이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일단 그냥 해야 하는 것이다. 일단 뭐든 해야 동기가 생기고, 해야 할 의지가 생긴다. 이렇게 내가 지금까지 글 쓰는 것을 미뤄둔 이유에 대한 핑계가 또 하나 사라진다. 결국은 의지박약인 것을.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결국 ‘꿈이 자동적으로 목표를 향해 너를 실행시켜주지 않는다’는 것. 책을 읽으며 인상 깊다고 체크해놓은 문장들도 결국은 다 저런 맥락이다. 이렇게까지 느꼈으니 이제는 실행을 좀 해야겠다. 이렇게 드림인턴 생활을 좀 하다보면 언젠가는 나도 김미경 씨처럼 드림 워커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발로 뛸 생각은 안하고, 몸으로 움직이지 않는 꿈은 자기위안용 환상일 뿐이죠.”


  환상이 언젠가 현실이 되는 그 날까지 발로 뛰고, 몸을 움직이며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추억에 민감한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