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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꼬마 Jan 26. 2023

말과 엔진

책 <감옥 설계사> 중 '엔진과 말'을 읽고

  어렸을 때부터 말을 좋아하는 주인공이 있고, 말과 같은 강인함을 가진 어머니를 둔 그의 친구가 있다. 둘 모두 말의 강인함을 사랑했고, 말의 기개를 그대로 소유한 듯한 어머니를 사랑했다. 그들에게 말은 절대 쓰러지지 않을 강인함 그 자체였으며, 그 어떤 공격에도 들판을 내달릴 꼿꼿함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무너졌다. 이는 다른 누군가가 무너지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그들에게 그녀는 절대 무너지지 않을, 무너져서는 안 되는 일종의 등대 같은 것이었다.

  그녀가 떠나간 뒤, 그의 아들은 절대 쓰러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어머니가 가진 말의 심장을 불신한다. 그리고는 그와 비슷하지만, 무너지지 않는 엔진에 집착한다. 끊임없이 만지고, 조이고, 고치며 엔진을 본다. 그를 바라보는 그의 친구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그 또한 그런 마음이었기에.


  소설 내용 중 그의 어머니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아주 멀리 떠나갔다는 이야기 후 "사람은 왜 이렇게 연약할까?"라는 대사가 이어질 뿐이다. 다만, 그가 달라는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아 그의 어머니가 심장 관련된 병으로 인해 그들의 곁을 떠나간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그에게는 아버지도 있었다. 물론 아버지도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가 떠나간 후 엔진만 들여다보며 망가졌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그만해라' 라고 말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부모님 모두를 사랑했지만, 절대 쓰러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이의 몰락은 다른 것이다. 자신이 믿어왔던 세계의 붕괴. 그와 맞먹으리라.


    이야기의 끝에서 주인공은 심장 대신 자동차 엔진을 달고, 근육과 힘줄 대신 파이프와 전기선을 연결한 말을 상상한다. 마치 붕괴해버린 자신의 세상 속 근엄하고 강인하던 말에게 바치듯이.







  이 책은 결말을 쉽게 예측하기 힘든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 8개가 실려있다. 하나같이 독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이야기 흐름 속에 숨 죽이며 집중하고 나면 순식간에 무언가가 휘몰아친 듯 이야기가 끝나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기도, 여운에 잠겨 다음 이야기에 쉽게 들어서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뻔하고 행복한 이야기들에 질려 색다르게 긴장되는 이야기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위에 소개한 단편 '엔진과 말'이 담겨있는 <감옥 설계사>를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이 글은 문학나눔 서평단 '붘어'로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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