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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Jun 26. 2024

오오야마 고오키의 <오늘부터 제가 사장입니다>를 읽고

일본책 '할아버지와 우리의 후르츠산도 행진곡' 번역서...

조선일보 2024년 6월 1일자 인터뷰 기사를 통해 그를 알게 됐다. 신문 기사를 읽는 내내 대단한 젊은이라는 생각과 '꼴통이 대박을…'이라는 상식개념의 파괴와 '학교 1등이 반드시 사회 1등이 아니다'라는 관념적 사고의 재확인을 경험했다.


<오늘부터 제가 사장입니다>를 펴낸 오오야마 고오키(大山皓生)는  올해 서른 살이다. '서른 즈음에' 가사 처럼, 내뿜은 담배연기 처럼 살지도 않고, 떠나간 사랑을 찾지도 않았고,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며 슬퍼하지 않았다. 오히려 청춘이 떠나가기 전에 일을 크게 저지르고 말았다.


외할아버지가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에서 운영하던 작은 청과물 가게 겸 수퍼마켓 '다이와'의 사장이 되기로 한다. 어머니와 다투고 가출하고, 잘 다니던 대학은 중퇴하고, 직장에서 정리해고 되고, 이렇게 팍팍한 삶의 흐름 속에 있다가 전화 한통을 받는다. "다이와가 망할 것 같아. 어서 도와줘." 외할아버지의 하소연이었다.


망해가던 청과물 가게는 적자가 심했다. '오늘부터 제가 사장입니다'라며 사장이 되던 날 부채 3000만엔(약 2억 7천만원)을 떠안고 말았다.


사장 취임 후 멜론빙수를 개발해 대박을 낸다. 6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빙수가 여름 한정품이라 사계절 팔릴 수 있는 상품을 고민하다가 후르츠산도를 개발한다. 후르츠산도는 통과일 샌드위치라고 보면 된다. 오오야마는 외할아버지한테 모든 것을 배운다, 아니 '배워 해나간다'가 맞을 것이다. 외할아버지가 해준 말들을 스폰지 처럼 빨아들여 경영과 기획에 접목시킨다. 그리고 젊은이 답게 SNS를 잘 활용한다. 

이 책은 작년 9월에서 일본에서 <할아버지와 우리의 후르츠산도 행진곡>이라는 제목으로 발행되었다. 책을 통해 외할아버지의 가르침과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후르츠산도를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오오야마는 직원들 앞에서 두 가지를 약속한다. 하나는 다이와를 100명 대기 행렬이 생기는 가게로 키우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매출을 두 배로 올리겠다는 것, 그래서 직원들의 월급도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다짐하고 실행한다. 바로 할아버지로부터는 장사, 외할머니로부터는 일상 생활 속에서 줄곤 들어온 말이었다.


'오직 하나, 정해둔 원칙이 있었다. 돈을 들이지 않고 지혜를 짜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철저하게 실천해 본다는 것.' _35쪽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는 해야 할 일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종이와 펜에 돈이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것을 써보았다. 그리고 이내 하나씩 실천에 들어간다.


○ 고객 이름 외우기

○ 웃으며 고객에게 말 걸기

○ 고객의 좋은 점을 찾아서, 말로 전달하기

○ 가위바위보 대회를 하기

○ 즐거운 이벤트를 개최하기

○ 다이와 신문을 만들어 포스팅하기

○ 가게를 깨끗하게 청소하기

○ 상품가격 명찰을 재미있게 만들기 _36쪽


오오야마는 힘들었던 경험은 당장 그 순간에는 고통스럽겠지만, 언젠가 반드시 자신의 운을 열어주는 열쇠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긍정의 힘이었다.


'쓸데없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있다면 그것을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있을 뿐이다.' _41쪽


오오야마는 마치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해봤어!'를 알고 있는 듯 했다.  이 과정에는 외할아버지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외할아버지는 "너라면 할 수 있다"라고 격려를 해주면서 "나는 아무 걱정도 안 한다"고 말하곤 했다.


"고오키! 하고 싶은 것은 전부 다 해라. 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으면 그냥 다 해. 해봐야 그것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게 될 거 아니냐?" _104쪽


외할아버지는 오오야마의 큰 스승님이다. 할아버지는 항상 미소와 은근한 말법으로 소프한 리더십을 사용했다. 오오야마가 할아버지의 부탁을 놓치는 일이 생겼다. 할아버지는 평생 단 한번 주의를 주는데, 바로 이날 이었다. 오오야마는 그 이후로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면 곧바로 행동하는 습권을 들이려고 노력한다.


"고오키, 잘 들어라. 먹는 것에도 때가 있고, 일에도 때가 있는 법이야.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을 그대로 방치하면 점점 썩어 버린다. 맡겨진 일, 부탁받은 일의 타이밍이라는 것은, 그 일의 제철인 셈이야. 알겠니?" _119~130쪽


오오야마는 긍정의 힘을 절실히 실행한다. 해보지 않고서 단념하지 않고, 해보지 않았다고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이와를 성장의 궤도에 올려놓게 되면서 그의 소신이 되어간다.


'처음부터 포기하지 말고,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열심히 해 본다. 그러면 반드시 협력자는 나타나게 돼있다.' _134쪽


오오야마의 열정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거스름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불만을 듣고는 당장 고객의 집으로 찾아가 우체함에 거스름돈을 넣어둔다. 즉시 실행의 본보기였다. 고객은 이 과정을 지켜보았고, 최애 단골이 된다. 또 이 모습을 지켜보았던 직원들 역시 같은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사건과 사고가 일어난다. 그 대응을 미루다 보면 점점 해야 할 일이 쌓이고, 결국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 사건이 일어나면 그 즉시 전력을 다해 임해야 한다.' _138쪽


오오야마는 외할아버지의 밝은 모습에서 구원을 받는다고 말한다. 외할아버지의 즐겁게 사는 법은 이렇다. 자신의 기분은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주변 사람들과 자신을 위해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기분 좋은 상태로 있으라고 권한다. 그렇게 하면 매일 매일이 즐거워진다고.


"즐거운 일이 있어서 웃는 것이 아니란다. 웃는 얼굴로 있으니까 즐거워지는 것이야. 프로 장사꾼이란, 즐겁게 웃으면서 다시 웃을 수 있는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이지." _142쪽


계절 상품인 멜론빙수의 빈 곳을 채우려고 개발한 사계절용 후르츠산도는 대성공을 거둔다. 후르츠산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야 하고, 그래서 반드시 행복한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외할아버지의 말은 현실이 된다. 외할아버지는 병상에서 생명이 꺼지려는 순간에도 고오키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라고 부탁한다.


'"베푸는 사람이 되거라…. 그것이…, 네가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희미하게 더듬더듬 끊기는 할아버지의 말을, 나는 집중해서, 눈물을 참으며 들었다.' _145쪽


평소 할아버지는 자비는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고오키한테 말해왔다. 결국 자비는 곧 자신의 몫이 된다는 거였다.


"아니다. 사람에게 베푼 것은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어. 즉 누군가를 위하는 것은 결국은 나 자신을 위하는 일이란다. 그러니까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봤을 때야말로 기꺼이 힘이 되어주거라." _170쪽


오오야마는 SNS에 업로드한 독자의 글을 읽고 고민에 빠진다. 독자의 86세 할아버지가 혼자서 무농약 키위를 재배하고 있는데, 허리를 다쳐서 수확을 못해 무려 2톤이나 되는 키위를 폐기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하여 손자는 누군가 도와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오오야마는 SNS로 연결된 사람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라이브 방송을 하기에 이른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협조로 급기야 2톤을 모두 판매한다. 오오야마는 이후에도 키위농장과 거래를 이어간다.


‘그 일을 경험하며 다시금 상인으로서 배운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고객은 상품뿐만 아니라 그 배경에 있는 이야기에 공감했을 때 기꺼이 상품을 사준다는 사실이었다.’ _174쪽


오오야마는 주변의 설득으로 책을 출간하기로 한다. 후르츠산도가 도쿄에 진출해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쳤지만 성공하게 되는 등 다이와와 오오야마의 입지가 높아졌다. 베스트셀러 작가와 형제처럼 지내면서 노력과 열정의 후광을 널리 전파하는 차원에서 제안한 출판을 받아들인다. 가보지 않는 길에 대한 두려움과 경영에 대한 책임감으로 고민할 때 도움을 일본 최고의 비즈니스 서 저자인 시게 형의 조언을 참고한다.


“음, 좀 저 참견하자면 ‘어느 길이 정답인가’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길을 정답으로 만든다’라는 정도의 각오를 하면 후회하지 않아.” _212쪽


후르츠산도 사업을 위해 5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오오야마는 목표지점을 잃어버린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사업을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오오야마는 선뜻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시게 형이 답을 내놓았다. 오오야마는 시게 형의 직관에 감동한다.


'대답이 순식간에 나오는 것을 보며 나는 알 수 있었다. 시게 형이 평소 얼마나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일을 하는지에 대해 골몰하며 살아왔는지를. 자기 삶의 의미를 얼마나 명확하게 직시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_215쪽


그래서 오오야마는 '무엇을 위해서'와 '누구를 위해서'에 대한 답을 찾았다.


'할아버지가 당부하신 '후르츠산도를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리거라'.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다이와의 모든 식구가 기뻐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을 웃는 얼굴로 만들기 위해서.' _216쪽


중학생 시절 역전 마라톤부 학교 대표까지 했던 오오야마는 연습에 부담을 느끼고 클럽활동을 그만두게 된다. 중도에 그만 둔 것에 대한 후회가 마음속 깊은 곳에 새겨진다.


'그러나 '한번 하겠다고 결심한 것을 마지막까지 해내지 않으면 깊은 후회만 남는다'는 사실을, 나는 중학생 때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것은 마치 모두가 열심히 쥐고 달려온 배턴을 내 차례에서 떨어뜨려 다음 사람에게 이어주지 못하게 된 듯한 죄책감이었다.' _223쪽


사람은 누군가가 전해준 의지의 배턴을 받아서 살아간다.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배턴의 존재를 알았다면 다음은 달리는 일만 남았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사람은 배턴을 받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시게 형의 말이 맞았다. 나는 할아버지로부터 소중한 배턴을 전해 받았다. 그것을 잊고 있었다. 잊고 있었다기 보다 할아버지의 뜻을 그런 식으로 해석하지 못했다.' _224쪽


오오야마는 행복의 배턴을 이어갈 것을 다짐한다. 이 배턴이야말로 인생을 걸고 달려서, 다음 세대에 이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각오를 다지면서 그의 사명은 명확해졌다. 할아버지가 마지막 순간에 남긴 메모가 있었다. 그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제물을 남기는 것은 하,

일을 남기는 것은 중,

사람을 남기는 것이야말로 최상. _227쪽


다이와는 현재 160억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오오야마가 빚덩이 청과물 가게를 물러 받은지 5년 만이었다. 오오야마는 태어나고 자란 추억의 가게를 사라지게 할 수 없다는 신념, 실수 투성이었던 과거 헛된 인생의 외상값을 갚아야 한다는 열정, 외할아버지의 가르침과 응원,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려는 사명감 등을 절대 잊지 않았다. 


어쩌면 처음 부터 그는 애송이가 아니었다. 일과 삶과 사람과 사회에 진심어린 사랑을 나눠주는 애정남이었다. '후르츠산도에는 우리 인생의 소중한 것이 모두 담겨 있다'는 문장으로 책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조선일보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오오야마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길이 정답인지 몰라 갈팡질팡할 때 '내가 선택한 길을 정답으로 만든다'는 각오를 하면 어느 길로 나아가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 덧: 옥의티가 있다. 129쪽 "고오키, 여기 와서 안거라."에서 '안거라'는 '앉거라'의 오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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