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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Jul 05. 2024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 <나의 돈키호테>를 읽고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인생의 재미와 즐거움을 품을 수 있는 '대어' 놓쳐

김호연의 전작 <불편함 편의점>은 우리들의 아지트인 편의점이 주 배경이었고, 나의 돈키호테(이하 ‘나돈’이라 한다) 는 아저씨들의 아지트였던 ‘비디오 가게’가 배경이 된다. '나돈'은 아직 절찬리에 판매 중이라 서평(이라기 보다는 감상문)을 쓰기가 조심스럽다. 스포일러가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역시 김호연 작가는 찐 글꾼이다. 읽는데 거침이 없다. 어떤 책은 한 문장을 읽으면 되돌아 다시 글과 뜻을 분해해야 한다. '나돈'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술술 넘어가는 술 같다. 


또 역시 김호연은 찐 말꾼이다. 술 자리에 조용한 시나브로식 말소리로 좌중에 파문을 일으키고, 사람들을 웃고 울리며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술잔을 부딪치고 건배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이야기꾼 말이다.


시작의 시간적 배경은 2003년. 대전의 구도심에 자리잡은 돈키호테 비디오점은 장소적 배경이 된다. 비디오 점에는 동네의 중학생 아이들이 주인장과 함께 라만차클럽을 만들어 서로 재미와 위안을 나눈다. 주인장은 돈키호테를 애정하는, 그래서 '돈 아저씨'. 그의 곁에서 산초 역할을 하는 '진솔', 그리고 몇 명의 출연자들이 마치 비디오를 보며, 또 소설을 읽으면서 평생 추억으로 남을만한 고귀한 시간을 보낸다.


"『돈키호테』 이거 일이 년 해서 될 게 아닙니다. 평생의 여정입니다. 그리고 내가 영어 강사로 탑이긴 했지만 번역은 다른 문제더군요. 나는 번역보다 중요한 돈키호테의 꿈을 배웠어요. 이제 이 책과 함께 새로운 모험을 떠나려고요." _180쪽


후에 '진솔'은 외주 프로덕션의 PD가 됐다. 6년 차 시절 진솔은 본인의 방송 아이템을 도둑맞는다. 급기야 조직에서 잘리기까지. 대전에 내려온 진솔은 유뷰버가 된다. 장소는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 자리. 그리고 컨텐츠로는 돈키호테 비디오 자리에 가게만 덩그러니 남긴 채 사라진 '돈 아저씨'의 행방을 찾는 기막힌 소재. 


'나돈'은 어찌보면 여행기 같다. 이야기의 중심지 대전부터 공주, 부산, 통영, 제주, 그리고 스페인까지 넑게 펼쳐지는 공간적 이동 때문이다. 또 '나돈'은 한 사람의 인생 변천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어쩌면 추억을 여행하고 인생에서 '삶=살아감'을 꼭 집어 이야기하듯이, 말하는 것처럼….


 이야기의 중심 축은 바로 바로 돈 아저씨. 그는 돈 아저씨 외에도 장영수, 반태수까지 넘나들며 본캐와 부캐의 소용돌이 속 인생의 서사들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 과정의 스토리는 진솔의 손을 타고 유튜브 컨텐츠로 소개되며 사람들은, 아미고가 되어 모여든다. 그리고 응원하고 박수를 쳐준다.


'내가 잔을 뻗었다. 아저씨가 부딪쳐주었다. 한빈과 민 피디도  뒤를 따랐다. 쓴 술을 마시자 다시금 소화되지 않은 패배의 기억이 울렁댔다. 사람들은 왜 아픈 상처에 술을 붓는 걸까? 술이 알코올이라 소독 효과가 있어서일까? 하지만 술은 의학용 알코올이 아니어서 소독이 되기는커녕 상처가 더 커질 뿐이다. 그런데 상처가 커지면 들여다보기엔 더 좋은 거 아닐까? 패배를 들여다보고 분석해 남길 건 남기고 잊을 건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게 아닐까?' _306쪽


이야기는 숨을 쉬게 두지 않을 정도의 박진감이 글의 곳곳에 붙어있다. 돈 아저씨와 산초 솔은 술래가 누구인지 모르게 숨바꼭질을 하는데,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이다. 두 사람의 우정 또한 웃음과 눈물로 마음에 쌍심지가 켜질 정도이다.


'나돈'은 꿈을 꾸는 것 같은 이야기이다. 황당무계여서가 아니라 누구나 '이런 꿈은 한 번 꾸어봐야 한다'는 그런 꿈 말이다. 삶이 지침을 내놓았으니 이젠 맹렬한 전진, 오직 이것 '전진'을 거듭하며 이야기는 무르익는다. 박진감, 때로는 한탄, 또 때로는 후련함, 그리고 기쁨과 즐거움과 슬픔까지, 결이 끊어지지 않고 이야기는 종이의 장을 넘길 때마다 궁금함 속에 빠지게 한다.


더 깊은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이 말 만을 빼고서.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인생의 재미와 즐거움을 품을 수 있는 '대어'를 놓치는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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