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그건 내가 되고 싶었던 나의 이상형에 가까워서.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와~ 그 정도야? 진짜 완전 빠졌구나.”
“요즘 준호를 보면서 지워버리고 싶었던 내 청춘의 시간들을 다시 성찰하게 됐어.”
사진출처: MBC DRAMA
코로나19를 2년 넘게 잘 피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준호 바이러스'에 감염되다니!
이건 백신도, 치료제도 없어서 증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이산 역할을 맡은 이준호에게 나는 흠뻑 빠져있다.
처음부터 이준호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을 땐 배우 이준호보다는 정조 이산에게 점점 스며들었다. 그러다가 드라마 메이킹 영상을 보게 되면서 이준호라는 배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준호의 다른 드라마와 영화를 찾아보게 되었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어느새 그의 춤과 노래로 나를 이끌었다.
어느 순간, 최면에 걸린 것처럼 나는 아무 저항도 못하고 준호에게 끌려 다니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이산 대사처럼 “너에게 휘둘렸다.”
결국 과거 2PM 공연 영상들부터 예능 프로그램, 준호의 최초 데뷔 영상까지 보게 되었고
인터뷰 기사와 그의 팬들이 만든 직캠 영상들을 쫓아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ㅠㅠ
오 마이 갓! 그야말로 개미지옥이 따로 없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덕질’이라는 것이로구나!
어린 친구들이 보이그룹과 걸그룹에 빠져 정신 못 차리는 것이 바로 이런 느낌이구나.
그런데 난 중년이잖아! 제발 정신 차려! 미친 거 아니야!
제일 먼저 나이의 감옥에 스스로 나를 가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발을 빼려고 발버둥 칠수록 오히려 개미지옥으로 더 빠져들어가고 말았다.
매일 새벽마다 잠들기 전에 현타가 왔다. 이 나이에 매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상생활이 뒤죽박죽 되는 건 좀 황당하지 않나? 난 원래 누구한테 쉽게 다가가지도, 깊게 빠지는 사람이 절대 아니었는데… 오히려 그 반대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지? 내가 왜 뜬금없이 이 남자한테 빠져버리게 된 거지?
정말 오춘기에 제대로 얻어터진 기분이다. 진짜 오싹하다. 오싹해!
나는 이 황당하고 이상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빠져나오기 위해 매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그 해답을 찾게 되었다.
내가 이준호를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외모나 노래, 춤, 드라마 캐릭터 때문이 아니다.
(물론 내 눈에는 누구보다 잘 생겼다. 외모는 내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다. 웃는 모습은 정말 심장을 때린다. 춤은 예술이고 그가 만든 자작곡까지 짱이다. 노래도 이렇게 잘했었어? 그동안 몰라봐서 미안. 게다가 연기까지 잘하다니!)
처음엔 이런저런 이유들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내가 이준호에게 빠진 결정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그의 치열한 노력과 성장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부족함을 채우고 바꾸는 그의 열정에 감동했다. 이준호라는 가수를, 배우를 알면 알수록 그의 인간적인 모습과 매력에 빠져들었다.
데뷔 초, 이준호는 다른 멤버들보다 주목받지 못할 때 ‘아직 자신의 계절이 오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당차게 말하며 묵묵히 자신의 계절이 올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는 데뷔 때 외모도, 춤도, 노래도 최고는 아니었다. 다양한 재능과 열정은 있었으나 처음부터 모든 사람에게 주목받을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과거 영상부터 지켜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노래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변하게 되었는지, 춤 선이 얼마나 아름다워졌는지, 연기가 얼마나 섬세하고 깊어졌는지. 목소리와 말의 내용과 인간에 대한 배려가 얼마나 감동적이 되었는지! (자랑하고 싶은 내용은 넘치고 넘치지만 이만 참자.)
그렇게 되기 위해서 이준호는 자신을 엄격할 정도로 관리하고, 공부하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조금은 편하게 웃고 즐겨도 될 예능 방송에서조차 혼자 진지하고 지나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가끔은 헛웃음이 나기도 한다. 충분히 인기가 있는 아이돌이었음에도 그는 한순간도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조용히 홀로 성장하고 있었다. 자신만의 단단한 성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열정이 비로소 조금씩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의 숨겨진 재능들이 보석이 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지금 그의 인기는 한 때의 거품이 아니다. 14년 동안 자신이 만들어온 치열한 열정의 기록들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되고 싶었던 나의 모습이며, 내가 그에게 푹 빠져버린 이유다.
누군가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준호를 통해 처음 알았다. 특히 온몸으로 부딪치며 열정적으로 살아온 사람의 인생을 보는 것은 마치 한순간 내 심장으로 마법 구슬이 쑥~ 들어와서 박히는 것처럼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준호라는 사람을 통해서 나는 나를 좀 더 깊게 성찰하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의 우울했던 청춘의 시간들을 제대로 되돌아보게 되었다. 불안과 우울과 열등감에 휩싸여 도망치기만 했던 나의 20대를 다시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부정적인 감정들과 생각들로 온전히 나를 돌보지 않았던 그때의 나를 반성했다.
세상과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집중하느라 정작 나에게 집중하지 못했던 어리석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 시절의 나는 충분히 아름다웠고, 누구보다 재능이 많았고, 열정적이었고, 에너지가 넘쳤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눈을 가리고 마음을 닫아버려 모두 놓치고 말았다.
이렇게 멀리 와서야 그때의 내 모습이 또렷이 보인다.
며칠 전, 준호의 공연 영상을 보다가 처음으로 20대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버릇처럼 30대 이전으로는 절대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나였다. 정말 놀라운 감정의 변화였다.
20대로 돌아가서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고 다시 열정을 다해 살아보고 싶어졌다.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들로 가득 채워주고 싶다.
준호 덕분에 나는 20대의 나를 조금 더 아껴주고 위로해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더 열심히,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마음을 먹으니 내 일상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나를 믿고, 사랑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위해 구체적인 계획들을 만들고 실천해보고 있다. 말투와 말의 내용도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먹는 거 좋아하는 준호는 작품을 위해 16kg이나 감량을 했다는데 난 고작 3~4kg도 못 빼겠어?
늦은 밤 냉장고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다가도 준호를 생각하며 참게 되었다.
무엇보다 준호의 영상을 보고 노래를 들으며 매일 웃고 있다.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는다.
우울하거나 부정적인 생각들이 스멀스멀 스며들 것 같을 때 곧바로 준호의 웃는 얼굴을 보면 금방 미소가 지어진다. 이렇게 나를 하루 종일 웃을 수 있게 해 준 사람이 있었나? 감사하다.
놀랍게도 이런 감정은 나뿐만이 아니다. 이준호 관련 댓글들을 보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준호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글들이 넘쳐난다. 그의 노력과 성장이 이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다. 그러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