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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출어람 Jan 09. 2019

팬티가 없더라

건조대에 걸어둔 팬티 실종 사건

병사들의 내무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다는 명목으로 실마다 앵무새를 2마리씩 기르기 시작했지만 2·3 내무반의 잉꼬는 다 죽었고 1 내무반에는 한 마리만, 4 내무반에는 2마리가 다 살아 있었다.  

  

잉꼬는 최얼음의 이등병 시절부터 있었기 때문에 신병들이 전입신고를 할 때 잉꼬 선임에게 경례를 해야 했다. 물론 장난이다.    


어느 날, 앵무새 사료가 다 떨어져 건빵과 파리, 모기를 잡아주곤 했는데, 4 내무반의 앵무새 중 한 마리가 기력이 점점 떨어져 갔고 저녁때가 되어 앵무 선임이 전사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유홍조 병장은 앵무 일병님을 애도하는 시를 지으라고 꿩선생 일병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날 꿩선생은 위대한 역작을 남겼다.    


제목 : 새    


매일 우리에게 노래를 불러 주던 새가 떠나갔습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갔습니다.

이젠 그 노래를 들을 수 없지만,

우리 가슴엔 언제나 남아 있을 것입니다.

노래를 부르며 자유롭게 날아갑니다.

이젠 더 이상 앵무 일병님의 노래를 들을 수 없습니다.    


1 내무반의 정용친 병장이 건조대에 걸어둔 팬티가 없어졌다며 투덜거리며 4 내무반에 들어왔다가 꿩 일병의 위대한 역작을 본 후,  팬티 영조가를 적어라고 김애기 일병에게 지시했다.    


제목 : 팬티가 없더라    


팬티가 어디 갔노?

건조대에 걸어둔 팬티가 없더라.

비행기 타고 날았나?

차 타고 튀었나?

발 없는 팬티인데

어데로 갔단 말이냐?

아침에 걸어둔 팬티가 없더라.    


꿩선생의 작품 ‘새’와 쌍벽을 이루는 김애기의 ‘팬티가 없더라’는 한동안 새장과 건조대에 전시되었다.     



예술 작품 감상은 눈으로 하고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은 데, 감상을 입으로 하고 SNS에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음식을 먹기 전 사진 촬영 후 시식하지 않으면 야단 듣는 세상에 살고 있다.        


#전입신고 : 자대 배치를 받게 되면 통상 3번의 신고를 해야 하는데 첫 번째는 부대장에게, 두 번째는 중대장에게, 세 번째는 내무반 신고이다. 가장 떨리는 신고가 내무반 신고로 내무반의 최고 서열 병사에게 한다. 보통 일병 말 호봉 정도의 고참이 교육을 한다. 큰 목소리, 민첩한 행동이 관건이 된다. 전입신고 후, 여자 친구, 여동생, 여자에 관한 어렵고도 쉬운 질문을 꼭 받게 됨. 유용한 여자 리스트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 군 생활이 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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