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교회 분투기 20] 일생에 한 번은 개척교회를 품어보라
#1 벌써 11월 중순이다. 조금 숨 고르면 크리스마스가 낀 연말이 다가온다. 청년 때도, 목회자가 되어서도 나는 늘 그랬던 것 같다. 이맘때가 되면 어딘가 모르게 고요하고, 때로는 쓸쓸해지곤 한다. 무언가를 갈망하면서도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듯한 그런 시간 말이다. 다만 이 외로움은 나 같은 이에게 주어진 하나의 선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고독이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작은 열망의 씨앗이 되니까 말이다.
#2 우리 교회는 작다. 개척한 목사님을 어느 날 갑자기 하나님께서 데려가셨고, 낙심과 곤고함 중에 기도하며 버티던 이 교회에 주님의 주권으로 내가 오게 되었다. 여전히 녹록지 않은 개척교회의 상태인 지금, 나의 관심은 크고 강한 공동체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보다 서로의 삶에 스며들어 함께 아파하고 함께 웃으며,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가 되는 것, 그래서 외로움이 따스함으로, 무거운 짐이 평안함으로 변하는 그 순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를 세워가는 데 있다. 복음 때문이다.
#3 예수님이 처음 제자들을 부르셨을 때, 그들에게 무언가 큰 약속을 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나를 따르라”는 단순한 말씀만 하셨다. 그리고 주님의 초대는 그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으셨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걸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새롭게 깨달은 것이다. 이때 예수님은 복음을 전하시며, 모든 고통과 외로움을 홀로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주셨다. 그러면서 주님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소중하게 여겨지고, 아무도 홀로 남겨지지 않는 공동체를 원하셨던 것이다.
#4 맞다. 교회는 ‘공동체’다. 공동체는 복음을 '들은 것'에서 멈추지 않고, '살아내는 것'으로 격려한다. 그럴 때 복음은 단순한 위로에 그치지 않고, 내 삶과 내 생각과 내 마음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게 된다. 예수님을 진실로 만날 때, 우리의 삶이 하나님의 이야기로 다시 쓰이는 것이다. 잠시 어두웠던 내면의 방황은 있겠으나, 예기치 않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그마저도 무력감에 마음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근 때가 있겠으나, 공동체에서 함께 예수를 바라볼 때 새롭게 회복되는 것 아니었던가.
#5 개척교회지만 힘을 내고 있다. 변화를 원하면서도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라고 느낄 때도 있고, 성장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도 분명 있다. 그러나 복음 때문에 예수님의 흔적을 따라가고자 애쓰는 성도들이 있다. 각자 저마다의 삶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그 이야기는 하나하나 주님의 은혜로 물들어가고 있다. 주님은 이런 공동체를 보배롭게 여기시리라.
#6 어쩔 수 없는 상가 개척교회의 부족함이 왜 없을까?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선명한 복음을 직면하며, 하나님의 개입을 사모하며, 예수님의 사랑을 배워가고 있다. 하나님나라를 꿈꾸며 내딛는 한 걸음, 복음의 진리를 향한 한 조각의 이해 그리고 함께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기쁨을 누리는 순간들이 우리의 모임을 안온하게 채워갈 것을 기대한다. 시간이 쌓여갈수록 더욱 하나님 손에 붙들리는 인생과 공동체를 갈망한다. 예수님께 기대어 조금씩 변화하고, 또 성장하고 있는 그 길을 성도들과 특별히 청년들과 천천히, 함께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우리의 여정에 함께하는 이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넘실댄다.
#7 성경은 분명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하신 댔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그 말씀의 약속이, 매일 구원받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워 준다. 그 단 한 가지 소망을 붙들고 가는 작은 교회는 같은 믿음으로 나아가는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이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잠시 교회를 떠나 있는 이들, 새롭게 공동체를 찾고 있는 이들이 혹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주님 안에서 참된 기쁨을 발견하는 순례의 여정에 초대하고 싶다.
#8 바로 당신이, 우리 공동체에 보내신 하나님의 빛나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