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돌이, 생활코딩을 마주하다
저는 전형적인 문돌이입니다. (미리 문송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외교관을 하겠다면서 외고를 다녔고요. 대학에서 경제학,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원에서도 정치학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실 4차 산업혁명이니 뭐니 해도 저에겐 그렇게 와닿지 않았었어요. 당장 눈 앞에 있는 그래프 이해하기도 바빴기 때문이죠.
그러던 제가 오늘 난생 처음으로 직접 코딩을 짜서 제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생활코딩의 <WEB1: HTML> 강의의 도움을 받아서 말이죠. 사실 강의 따라들으면서 만든거라 안에 내용은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제 저는 제가 원하는 웹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문돌이가 왜 갑자기 생활코딩 수업을?"
소셜미디어에 HTML했다고 올리고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제가 이렇게 웹페이지를 만드려고 노력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요. 최근 저에게 다가왔던 두 개의 경험이 겹치면서 나만의 웹사이트를 만드는 목표가 생긴 거죠. 지금부터 그 경험을 짧게나마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것의 첫 걸음은 콘텐츠 제작이었습니다. 2018년 한국에 오자마자 사람들을 만나고파 독서모임에 들어갔었는데요. 안에서 좋은 분들을 만났고, 그 덕에 2019년부터 블로그를 통해서 콘텐츠를 만드는 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비즈니스 관련된 글 위주로 말이죠. 바로 와레버스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로 집 밖을 나가지 않게 되면서 시간이 급격히 많아졌는데요. 이 참에 2019년에 짧게는 2주, 길게는 1달 단위로 쓰던 글을 늘려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8월부터 매일 아침 큐레이션 형태로 글을 꾸준히 쓰고, 퍼나르기를 반복했습니다. 순전히 글쓰기 솜씨를 늘리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제 글의 뷰가 갑자기 엄청 늘기 시작한 겁니다. 모 대학 교수님이나 국회의원님들이 제 글을 좋아해주시고 공유해주시기 시작한 것이죠. 하루에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이 천 단위가 넘어가면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의 가능성을 그제서야 본 것이죠. 이후 저는 블로그에 관련된 영상을 미친듯이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부터도 막연하게 저만의 브랜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었는데, 그게 허무맹랑한 꿈이 아니라는 것을 제가 작게나마 경험한 것이죠.
바로 그 다음 날로 저는 그 첫 걸음을 뗐습니다. 바로 제 개인 블로그를 만든 것이죠. 우선을 어떻게든 빨리 퍼나르고 싶은 마음에 코딩 배울 생각은 뒤로 미뤄둔 채, 네이버 블로그에 제 이야기를 꾸며나갔습니다. 지금도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죠.
네이버에 의존하지 않는 저만의 퍼스널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꿈은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기록을 시작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었는데요. 워낙 책 읽는 것처럼 다른 할 일이 많으니 올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큰 출발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1일 1포스팅에 익숙해지던 요즘, 한 권의 책이 저를 움직이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김미경 강사님의 책 <리부트>였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가히 가장 강력한 충격을 줬다고 자신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밥벌이였던 강의가 한번에 모두 취소되었던 김미경 강사님이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그 비법을 전수하기 위해 쓴 책인데요. 강사님의 문체에서 생계가 걸린 비장함으 느껴졌습니다. 너무 몰입해서 본 탓인지 책을 덮고 보니 새벽 해가 뜨고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기에 그 날짜까지 기억했습니다. 2020년 8월 28일.
책 서평은 다른 블로그 글을 통해서 나중에 자세히 공유하겠지만, 이 책에서 가장 핵심 단어는 "디지털화"였습니다. 이번 바이러스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시켰다는 것이죠. 지금 빨리 움직이지 못하면 결국 스마트폰 시대에 삐삐를 사용하는 꼴입니다.
그런데 그런 세계에서 저는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소통하려면 기본 문법은 알아야 하는데, 저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이죠. 말 그대로 아.무.것.도. 사실 이번 생활코딩 수업을 듣기 전엔 인터넷이랑 웹의 차이조차도 몰랐던 것이죠.
막연하게 취직하고 나면 개발을 배워야지 생각만 했지, 왜 기본적으로 프로그래밍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부족했었습니다. (그랬으니까 뒤로 미루기만 했지...)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컴퓨터과 이야기할 수 있는 문법 정도는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이 들자, 저는 바로 어디부터 디지털화할 수 있을지 생각이 났습니다. 네, 맞습니다. 바로 제 블로그였습니다. 블로그 자체도 이미 디지털화된 것인데 무슨말인가 싶겠지만요. 저는 제가 직접 만든 콘텐츠를 제가 직접 만든 웹사이트에 유통하면서 저만의 퍼스널 브랜딩을 만들고 싶었던 것입니다. 저만의 디지털 타워를 만드는 것이죠.
이 두 사건이 저를 생활코딩으로 이끌게 된 것이죠.
프로그래밍 언어도 아닌 HTML로 분기점이니 뭐니 호들갑 떠냐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저도 제가 오버하는 것도 알고 있고요.
하지만 언제나 시작에는 이렇게 큰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형님의 말을 인용하자면, 시작한 사람과 시작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한하기 때문이죠.(아래는 깨알 그 형님의 블로그 홍보)
0과 1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0에서 1로 올라오는 것이 중요하다. - 오세용
저는 그걸 콘텐츠를 써보면서 느꼈기에 그 힘을 믿습니다. 처음 하기가 어려웠지, 한 번 탄력만 받으면 시작한 것보다 훨씬 덜한 노력만으로도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게 됩니다. 제일 처음 글 썼을 때만 해도 하루가 넘게 걸렸던 글쓰기는 이제 마음 먹고 3~4시간만 쓰면 될 정도로 조금씩 숙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오는 경험치는 아무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그 글을 왜 쓰냐며 질문했던 주변인들도 이것이 쌓이기 시작하자 자기는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며 손사레 치기까지 했습니다. 모두 0에서 1만 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인데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HTML은 누구에겐 사소한 시작이겠지만, 저에게는 그 무엇보다 큰 일이었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이제 0에서 1로 올라가기 위한 가속페달을 밟은 것이니까요.
0에서 1로 올라가는 인식의 제약에서 자유로워진 지금, 저는 조금 더 가속폐달을 밟아보려 합니다. HTML에서 배운 것을 정리하는 동시에, CSS, 그리고 Javascript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하루 빨리 마스터해서 저만의 채널을 만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들뜹니다.
그럼 저는 이만 CSS을 배우기 위해 말을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
윗 글은 저의 개인 블로그로부터 퍼온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dekop0513/222075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