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새해가 되면 늘 그랬듯 새로운 마음으로 번뜩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버킷 리스트' 를 만들어 올해 목표를 죽 적어봤다. 이번에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아보자고 단단히 나 자신과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첫 번째는 늘 다이어트가 차지한다. 두 달간은 스스로도 신기하리만큼 잘 지켜나갔다. 야식과 술을 끊었으며 불필요한 술 약속과 소비를 줄이고, 혼자서 지내는 시간을 평소보다 더 늘려나갔다. 책도 계획적으로 읽고 끄적끄적 일기도 쓰기 시작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알찬 기분으로 지냈다.
그리고 어느 날, 위기 라는 녀석은 어김없이 등장해주었다. 퇴근하고 술자리에 참석하게 된 날이다. 오랜만에 한 번인데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꼈던 그 자리에서 나는 절제하지 못하고 진탕 그 시간을 즐겼다. 그 다음 날의 숙취는 안타깝게도 그 날 하루에서 끝나지 않았다. 참았던 식욕이 터지고, 그간 조금씩 몸에 근력이 붙듯 내 일상에 단단한 힘으로 차곡차곡 붙여주는데 힘을 보탰주었었던 일정한 생활 패턴들도 그대로 처참히 무너졌다.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격정의 날들을 보내는 와중에도 언젠가 다시 마음이 잡힐거라는, 당장은 희미하지만 확실하게 잡힐 것이라는 희망적인 믿음은 붙잡고 있었다. 정확히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언젠가 다시 마음을 잡을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마음은 그렇게 언젠가 다시 잡혔다. 어느 날 자연스럽게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방법으로 나는 다시 마음을 잡는 것에 성공했다. 휴무 날이 되어 모처럼 좋아하는 카페를 심사숙고하여 고른 뒤 혼자서 찾아갔다. 카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늑하고 조용했으며 동시에 근사했다. 마찬가지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받은 사장님의 환한 인사와 친절함은 나의 마음을 한껏 더 크게 부풀렸다. 비록 티는 못냈어도. 참 거짓말처럼 커피 맛도 기대 이상으로 맛있다. 풍부하고 진하게 입 안으로 퍼져나간다. 만족스러웠던 시간을 보내고 다 마신 커피 잔을 되돌려주면서 사장님께 인사한다.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내가 좋아하는 순간은 바로 이런 순간이야.' 카페 밖으로 나오면서 다시 잔잔히 번뜩인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퍼즐처럼 짜맞혀지는 것 같다. 정확하지 않을지라도 좋다. 지금 이 순간은 정확하다. 내가 좋아하는 취향으로 번져있는 공간을 찾아가고, 예쁘고 맛있는 것들을 눈과 입으로 음미하고, 챙겨온 책을 읽고, 그러다 끄적끄적 다시 뭔가를 노트에 적어보는 것. 그러다가 벅차오르는 그 순간. 그 순간이 주는 힘을 나는 다시 믿는다.
나는 유난히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혼자 있는 것이 외로워지고 두려워지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 나로서 충만해지는, 설명할 수 없는 그 특별한 기분에 더 크고 확실하게 휩싸인다. 누군가와 같이 있는 순간에서 오는 영감도 분명 존재하지만 혼자 있을 때 온 몸으로 진하게 번져오는 영감은 비교할 수 없이 가장 확실하게 느껴지며 신비로운 느낌마저 든다.
이런 순간들을 차곡차곡 다시 쌓아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며칠 전까지 위기의 시간들을 보내고 왔지만 위기는 또 끈질기게 찾아올 것이다. 그러면 나는 다시 위기 속의 나로서 무참히 당하고 있을 것이고, 위기를 겪고 등장한 나로서 다시 돌아올거라는 확실한 사실을 끈질기게 한 구석에서 알고 있으면 된다. 진부할 수 있겠으나 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랬다. 나의 꿈에 확신을 보태주고 싶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