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0-23주
※ 이 글은 제 네이버 블로그의 글을 옮겨 온 글입니다.
[노르웨이/임신/출산] 7. 코로나 19와 시작된 임신 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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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임신 20주에 나는 한국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1월부터 한국의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해 일찌감치 한국행 여행을 모두 취소했었다.
나와 남편은 약 2주 반이 넘는 이 휴가를 온전히 취소하고 다시 회사로 복귀하는 것보다, 지난해 여름휴가 이후 제대로 된 쉼 없이 달려온 우리를 위해 이 휴가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물론 노르웨이에서.
컨디션도 한참 좋을 때였고, 이미 모든 업무를 이 휴가 앞뒤로 배치해두었던 터라, 한국행의 취소가 여간 속 쓰린 일이 아니었지만, 당시 한국에서의 코로나 19의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던 터라, 마음을 다스리며 노르웨이에서 잘 쉬어보자 다짐했다.
그런데, 이 평온한 나라에서 내가 딱히 할 일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저 유유자적하게 일어나서, 세끼를 잘 차려먹고, 날이 좋으면 산책을 나가고,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최대였다.
그렇게 한량 같은 휴가를 보내던 끝무렵,
노르웨이에도 코로나 19의 여파가 미치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와 코로나 19(COVID19)
https://brunch.co.kr/@chungsauce/16
노르웨이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늘게 된 계기는, 이 시기가 겨울방학 시즌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 많은 노르웨이인들이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지로 스키 여행을 떠났는데, 공교롭게도 이 지역에 때마침 확진자들이 넘치고 있었고, 많은 노르웨이인들이 이 곳에서 코로나 19에 걸려 돌아왔다.
노르웨이 정부는 처음에는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사태를 안일하게 보며, 증상이 없으면 확진 검사도 해주지 않는 등의 느슨한 대처를 선보였다. 그러다 지역 내 감염이 크게 확산되자 나라 전체를 봉쇄하는 락 다운(Lock down)을 감행했다.
이렇게 락 다운을 발표한 것이 우리의 휴가가 끝나기 이틀 전이었고, 우리는 졸지에 2월 말부터 기약 없는 재택 생활을 이어나가게 되어버렸다.
휴가를 마치고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된 락 다운 신세였던 우리는 부엌 식탁과 옥상 방에 각각 워킹 스테이션을 차리고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나는 평소에도 집의 옥상 방에서 재택을 하던 업무였기에, 이 락 다운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내 자유의지로 집에만 있는 것과, 의지와 상관없이 집에만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주 큰 차이였다는 것을 락 다운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기 시작했다.
집 주변 산책 외에는 딱히 외출이 자유롭지 않던 시기였고, 줄줄이 잡혀있던 미팅들은 모두 온라인 미팅으로 전환되고 있어서, 우린 정말 고립된 생활을 했다.
임신 중이라 컨디션이 아주 최상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나는 꾸준히 클라이언트 미팅으로 외부로 자주 나갔던 편이었고, 데드라인이 끝나면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시내를 돌며 머리를 식히곤 했다는 것을 락 다운이 되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이 시기를 즐겁게 견디게 해 준 것은 태동의 시작이었다.
20주 조금 안 되서부터 느껴지기 시작한 태동은 너무나 생경하면서도 신기한 경험이다.
뱃속에서 생명체가 진짜 움직이고 있다고 느껴진 시점이기도 했다.
초기 태동은 아주 간헐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태동이 조금이라도 느껴질 때면 남편을 일단 불러와 몇 분이고 배를 뚫어져라 쳐다보게 만들곤 했다.
이 주기에는 병원 진료도 없던 시점이라 궁금하던 차였는데, 때마침 태동이 시작되어서 아기가 뱃속에서 잘 놀고 있다는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다.
코로나 19로, 나는 자유롭지 못했지만, 뱃속의 아기는 그 작은 양수 속에서도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