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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Sep 10. 2023

10년 만에 유치원으로

아이의 눈빛은 말했다

2주 동안의 유치원 방학 돌봄을 마쳤다.

결혼 전 8년 경력이 체화되어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경력 단절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여성이 육아로 인해 사회에서 잠시 떠나간 시간을 엄마와 아이 성장 시간이라 여겼 때문이다.


 부여한 의미2주가 지나며 모래성처럼 소리 없이 무너졌다.

사회에서 유치원 현장을 10년간 떠난 사람이라는 것. 그 현실이었다.


하루 4시간 동안 정신없이 돌보고 지도하 겼다. 아이들이 하나씩 자기 물건을 두고 가기도 했고 다치기도 했다. 아이들 발달 특성상 안전을 매 순간 중시해야 한다. 약속을 정해도 아이들은 아이이기에 다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울거나 조금이라도 다치면 예민해졌다. ‘그럴 수도 있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 했잖아.’ 스스로를 다독이였지만 퇴근길엔 무언가 헛헛했고 만족스럽지 못했다. 엄마가 되고 교사생활을 하니 부모입장도 이해되고 아이 마음도 헤아려야 했다.


유치원에서 마지막 날, 이방인과도 같던 내게 한 아이가  "사랑해요." 하며 폭 안겼다.  코로나로 마음껏 안아주지도 못했고 하이파이브가 스킨십의 전부였다. 안긴 그 아이는 가장 많이 이름 불리고 목소리가 제일 컸으며 친구들과의 갈등에 늘 끼어있었다. 그런 아이의 사랑한다는 말이 '저를 좀 사랑해 주세요'로 들렸다.

적응하느라 정신없던 다시 초임교사는 제일 중요한 사랑을 못 전했. 아이의 눈빛은 말했다.

“선생님 여기서 만나서 반가웠어요. 유치원에서 또 만나요.”


짧은 기간이지만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전 직장에서는 내 소리를 내고 내 말에 귀 기울여주었다. 사립과 다른 낯선 공립의 시스템에 얼어있던 마음을 아이가 녹여주었다. 지난 8년간 유치원 아이들을 만나며 힘들었지만 이겨낼 수 있 건 사람과 주고받는 사랑 때문이었다. 아이들로 인해 힘들어도 작은 손으로 건네던 작은 쪽지와 그림, 마음들로 힘을 냈다. 성실히 열심히 일해도 박봉인 사립 유치원의 현실과 익숙함이 싫어 떠났지만 다시 내가 돌아갈 곳은 아이들을 만나는 교육 현장인 걸까?


교사로서 교수 학습법, 아이들 생활지도, 유아관찰, 학부모 상담... 많은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익숙함, 능숙함이 유능함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엄마가 되고 난 후 다시 교사가 되어 다르게 접근하고 싶었다. 한 아이의 눈빛과 온기로 전해준 마음처럼 사람 대 사람, 존재 대 존재로 만나고 싶어졌다.


이제 어느 길로 나아가야 할지 2주간의 시간은 값진 경험이었다. 10년이란 공백에도 불구하고 채용해 주신 유치원에 무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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