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출간소식에 가장 놀란 사람은 부모님이셨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은 다음 날, 친정엄마가 우리 집에 오셨다. 그때는 구름 위 새로운 세상 같았다. 식탁에 앉아계신 엄마에게 책을 내밀었다.
“엄마, 이것 좀 봐요.”
“뭐야? 웬 책이야?”
안경을 올리며 나의 책을 들여다보신다.
“책을 썼어? 이잉 어쩌다가?”
표지에 내 이름을 보셨는지 눈이 휘둥그레 다.
“유치원 다닐 때 원감선생님 있죠. 도와주셔서 한번 해봤는데 책이 됐네.”
무척 쿨하게 말했다.
“잘했네. 가게 가서 읽어볼게.”
책을 몇 장 넘겨보시더니 버스 시간에 맞춰 집을 나가셨다.
버스 안에서 엄마는 문자를 보내셨다.
-내 딸이 작가가 되다니...
수고 많았네. 잘 읽어볼게.
엄마 이야기도 썼는데 엄마가 오해하시면 어쩌나 했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아버지는 술을 성실히 좋아하신다고 썼다. 어린 시절 부모님 부부싸움 한 이야기도 썼다. 엄마가 어린 시절 내게 주신 편지 내용을 그대로 넣었다. 엄마는 언제나처럼 별말씀이 없으셨다.
며칠 뒤 친정집에 갔다. 딸의 책을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둔 걸 보니 조금은 자랑스러웠다.
아빠는 읽으셨을까. 엄마보다 책을 좋아하신 아빠였지만 딸의 글은 읽지 않으신 거 같았다. 산악회 모임에서 회원 한 분이 딸 책을 좀 보여달라고 하셨단다. 아빤 전화로
“책 집에 몇 권 더 있냐? 어디 가면 살 수 있냐? 내가 몇 권 사게. 책 한 권 사면 너는 얼마 버는 거냐?”
물으셨다.
친정 오빠도 출간 소식을 듣고 인세부터 묻는다. 물론 고생했다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 책의 마치는 글에서 감사한 분들께 마음을 전했다. 가족들을 언급했는데 오빠가 빠져서 서운할 거 같았다. 군대에 가서 내게 보낸 첫 편지에 ‘외모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하던 오라버니는 이 자리를 빌려 특별히 감사하다. 나의 하나뿐인 형제!
내 짝꿍, 신랑의 반응이 제일 궁금했다. 처음 글 쓴다 했을 때 응원해 주었다. 새벽에 일어나 키보드를 두드리고 주말에도 모니터 앞에서 고뇌하던 내 모습,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던 부인을 누구보다 옆에서 지켜보았다. 책을 짠하고 보여주니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리 송작가님!”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책을 단숨에 읽고 책의 맨 뒷장에 이렇게 적어주었다.
엄마라는 이력이 자랑스러운 그런 멋진 엄마가 나의 아내라는 게 한없이 감사하고, 단단해지는 송지현의 성장을 응원합니다.
첫 책의 독자는 가족과 지인이었다. 더욱 고마운 건, 읽고 한마디라도 건네주는 분들이었다.
책을 좀 더 많이 읽어라, 일기 같은 글보다는 독자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더 자라 사춘기 시절을 보낸 경험담도 궁금하다, 엄마 작가의 꿈을 이룬 걸 축하한다 등의 조언과 격려다. 대단하다는 말보다 더 애정이 담겨 있어 좋았다. 글 쓰는 동지들은 책 출간 소식도 공유해 주고 리뷰를 남겨주기도 했다. 의리와 우정이었다.
받은 사랑을 갚으며 살고 싶어졌다.
이렇게 쓰다 보니 내 글의 첫 독자는 나라는 생각이 든다. 독자가 되려면 나는 날마다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오늘밤도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글쓰기 욕망을 불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