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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Sep 04. 2023

출간 반성문

독자와 저자를 이어주는 다리를 찾아서

도서관에 신착 도서로 이은경 작가의 <오후의 글쓰기>가 있었다.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작가라는 공감보다 책을 빌리게 된 결정적 이유는 바로 이 문장이었다.

'계약금 백만 원 벌기 위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동공이 흔들렸다. 그것도 책날개 저자 소개 글이었다. 꽁꽁 숨겨두었던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고백하자면 나는 왕초보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계약금을 주는 출판사와 계약하겠다고 마음먹다. 계약금을 받 저자라는 자부심이 내 안에 크게 자리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대견했다.

그다음으로 내가 신경 쓴 일은 책의 겉표지였다. 표지 시안을 두 가지 보내주셨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말을 돌려서 표현하자 출판사에서 답변이 왔다. '표지는 전문가가 할 테니, 글 쓰는 사람은 글에 더 신경 쓰시는 겁니다.' 나의 첫 책이니만큼 예쁜 옷을 입고 세상에 내보내고 싶었다. 글 쓰는 사람의 본질, 어떻게 하면 잘 다듬어 독자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문장이 될 수 있을까. 내가 해야 하는 고민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나름의 퇴고를 했지만 책의 표지와 계약금, 보이는 모습에 더 신경 다. 깊은 물은 조용히 흐르고 얕은 물은 시끄럽다는 표현이면 적절할까. 책 쓴다고 요란스럽게 주변 사람들에게 소문내고 다니기도 했다.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글을 썼다.


뒤늦게 이은경 작가처럼 솔직하고 싶었다. 겉모습만 잘 보이고 싶은 작가였다고, 난생처음 라는 타이틀이 멋져 보였다고. 혼자 쓰는 글쓰기 두렵지 않았지만 독자를 생각하는 글 어려웠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하고 그 처지가 되어 보는 것, 그것이 작가의 일이다.'

소설가 아모스 오즈의 말처럼 나는 독자라는 타인을 생각한다는 것이 처음이었고 쉽지 않았다. 평소 얼마나 타인의 마음을 헤어리고 공감했는가도 돌이켜보았다. 좀 더 나은 작가가 되려면 다른 사람의 처지가 되어 보는 것, 글공감하고 인물이나 저자의 마음을 읽어보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읽기와 쓰기는 단짝이 구나.


출간 후 제대로 읽어보지 않던 내 책을 마주했다. 일기였다면 좀 더 드러내야 했고, 육아서라 하기엔 이론이나 현장 경험이 부족했다. 에세이였다면 이래라저래라 가르치지 않아야 했다. 장르를 정할 수 없는 애매한 부류의 내 글, 내 책. 출간 후 퇴고를 하는(그것도 4년 만에) 나란 사람. 내가 책을 낸 건 기적이었구나. 기적 같은 일이었구나...  


요 며칠 쓰는 것을 몸이 거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진짜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걸까 의문도 들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노트북을 켜고 오늘의 일을 회상하 아무 생각 없이 두드리다 피식 웃음이 나 순간을 마주했다. 그 순간의 웃음을 나에게만 그치지 않고 독자도 공감할 수 있게 이어 줄 다리는 무엇일까. 생각한다. 그래 놓지 못하는 글쓰기.

오늘밤엔 독자와 이어 줄 다리를 건너는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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