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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봄 Aug 29. 2023

작가가 되다

초보 작가의 탄생

 어렵게 초고 분량을 채웠다. 글쓰기 선생님은 투고 양식을 보내주셨다. 처음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글쓰기 제자들을 위해 본인의 출간계획서 양식 그대로 주며 도움 주셨다. 선생님의 글을 읽어보고 내 책에 맞춰 바꿔 넣기만 하면 됐다. 어떻게 해야 출판사 마음에 닿을지 고민되었다. 이렇게도 써보고 지우쓰기를 반복했다. 선생님은 내 출간기획서를 확인하신 후 투고하라고 하셨다.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고 인사말을 남기고 출간기획서와 초고원고를 첨부한다.


‘정말 이루어지면 어쩌지?’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했다. 보내기 버튼을 누른다. 백 개도 넘는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수시로 이메일을 확인했다. 거절 답신이나 검토 후에 연락 주겠다는 메일이 전부였다.

‘맞아. 책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었지. 계약되는 작가들은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

휴대폰 발신 번호에 지역번호가 뜬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받았다. 역시 기다리던 전화는 아니었다.

이렇게 두 달이 되어갈 무렵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기회를 주신다면 저희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해 보고 싶습니다.’

당장 글쓰기 선생님께 문자를 드렸다. 문자를 보내는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가슴은 벌렁벌렁 뛰다. 선생님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답 메일을 어떻게 보내는지 친절히 알려주셨다. 그대로 행했다. 다음날 출판사에서 답장이 왔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다. 또다시 글쓰기 선생님께 문자를 드리자 이번에는 전화를 주셨다.

“출간될 거 같은데요. 송지현 님! 마음 편히 갖고 잘 다녀오세요. 중간에 모르는 거 있음 잠깐 화장실 다녀온다 하고 전화 주시고요.”

마음 같아선 '선생님! 같이 가요.' 얼대고 싶었다.  

    



 10월 3일 개천절, 하늘도 열리고 나의  세도 열릴 수 있을까? 출판사 대표를 만나러 서울행 KTX를 탔다. ‘무얼 물어보실까? 첫인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내고 싶은 이유? 감명 깊게 읽은 책을 물어보심 어쩌지?’ 여러 질문이 떠오른다. 휴대폰 메모장을 연다. 지금 나의 마음과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적어본다. 조금 마음이 차분해다.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를 다시 확인한다. 시간 약속을 잘 지켜 좋은 첫인상을 주고 싶으니까.


 서울역에 내렸다. 카페는 서울역 바로 옆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들어가려 하니 오늘은 카페 전체를 다른 일로 대관했다고 한다. 아뿔싸! 어떡하지. 대표님께 문자를 드린다. 대표님은 거의 도착했다며 카페 앞에서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잠시 후 중년 남성이 내게 다가왔다.

“송지현 씨?”

“네. 안녕하세요.”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서울역사 안에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주문한 커피는 일회용 컵에 나왔다. 손으로 컵을 만지작거렸다. 긴장되지만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이미 글로 나를 다 읽고 오셨을 테니까. 대화를 나누며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세심히 말씀하셨고 어느 부분이 좋았는지, 책의 방향성을 말씀하셨다.

궁금했던 인세, 계약금 이야기도 하셨다. (나눈 것이 아니라 통보받았다.) 퇴고 후 글을 11월 말까지 다시 보내줄 수 있냐고 물으셨다. 처음이지만 열심히 해보겠다 했다.

‘지금 당장 계약서에 서명하자고 하면 어쩌지?’ 싶었다. 계약서를 글쓰기 선생님께 보내드리고 서명해야 할 것만 같았다. 다행히 계약서는 메일로 주신다고 하셨다.

두어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시간이 그렇게 흐른 지도 몰랐다. 곧 다시 보자는 인사와 함께 헤어졌다.




 집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 열차 안에서 출판사 대표의 명함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협업하자는 의미로 받은 첫 명함이었다. 대표님은 출판사 책들을 선물로 주셨다. 대표님이 집필한 과 다른 작가들의 책도 있었다. 그 책들은 대표님의 자랑스러운 자식 같았다. 한 권씩 넘겨가며 내 글이 이렇게 책으로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날 나는 가슴에 새로운 별을 품고 내려왔다.     


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출판사 대표님은 나의 글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 도전해 보자고 하셨다. 당선이 된다면 출판사도 금액 지원을 받고, 작가로서도 명예로운 일이었기에 응모해 보기로 했다. 출간이 더 늦어져도 문장을 다듬다 보면 더 좋은 글로 탄생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내 글을 퇴고가 끝나 출판사에 원고를 보낸 상태였다.

주변 사람들이 책은 언제 나오냐고 물었다. 항아리 속에 묻어둔 김치처럼 글도 저절로 숙성되어 깊은 맛이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책이 세상에 나오면 부끄러워 증발해 버릴 것만 같은 지경이었다.

 

 출판사에서 공모전의 아쉬운 결과를 전했다. 바로 책 표지를 선정하였고 저자를 소개하는 글을 보내 달라고 했다. 나라는 사람을 글 쓰는 사람과 연결하여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고심했다.  실제로 책 한 장 읽지 않던 내가 글이 낯설지 않았던 건 유년시절 엄마가 준 편지 덕분이기에 나는 이렇게 썼다.


'엄마가 주는 글 사랑을 먹고 자랐다.

 글의 힘을 믿고 매일 쓰는 삶을 살아간다.'

11개월 후 내 글은 정말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엄마라는 이름을 선물해 준 보석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 2019.9.2. 엄마 작가 송지현     


아들에게 해 준 첫 사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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