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의 로또

다르니까 특별하잖아.

by 민지울


“내 남편은 로또야.”

“나랑 하나도 맞는 게 없거든.”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이런 농담을 할 때면 함께 웃으면서도 ‘저렇게나 안 맞는’ 사람과 결혼을 한 친구를 동정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나는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농담을 하고 있었다.

결혼을 해서 살다 보니 좋아하는 음식, 장소, 방식까지 남편과 나는 같은 점이라곤 찾을 수 없었다.

가령 여유 시간이 생기면 남편은 맛집이나 명소를 찾아 나들이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나는 집 근처 도서관이나 자주 가던 카페에 가는 것을 선호한다. 남편은 액션 영화를, 나는 멜로 영화를 좋아한다.

다행히 우리 둘 다 여행을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바라고 남편은 무언가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남편은 이렇게나 나와 ‘다른’ 사람이었다.

결혼하고 지금껏 조용하지만 치열한 전쟁을 치름으로써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사이인 남편과의 다름을 인정하자 자연스레 다름 뒤에 숨어있는 나 자신의 ‘진짜’ 모습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동안 그저 희미하게만 드러났던...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연기로는 도무지 얻을 수 없는, 가면 뒤의 ‘진짜 나’를 발견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서로에게 로또처럼 안 맞는 사람을 선택한다.

그 이면에는 자석처럼 서로 다른 극끼리 끌린다는 세상 이치가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끌리는 그 어떤 것은 각자의 내면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비슷한 사람,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과만 지낸다면 나는 나의 특별함도 너의 특별함도 발견하기가 힘들었을 테니 말이다.

삶이라는 진흙탕에 구른뒤에야 불순물이 다 떨어져 그 순수한 모습을 드러내는 본디 흠이라고는 없는 나 자신의 ‘특별함’.

나는 이것을 누구나 발견해야 할 각자의 보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을 깨닫는 데까지는 땅을 파고 많이 내려가야 했다.

때로는 그곳에서 방향을 잃고 허우적대기도 했다.

진짜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구별하기까지 여러 장애물이 있었다.

외딴섬과 같은 곳에서 독박 육아를 하며 남편을 원망하기도 하고 나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고 어울려 지내는 것만이 미덕이라고 여겼던 내가 진짜 나를 발견하고 자유로워진 곳은 바로 이 ‘외딴섬’이었다.

이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내가 알지 못했던 나’, ‘생각보다 강한 나 자신’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날을 ‘남들이 원하는 삶’이 ‘내가 원하는 삶’인 줄 착각하며 살았던가.

나는 이제껏 가족, 학교, 직장생활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묻혀있느라 진짜 내가 누구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혹은 싫어하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내 옷, 남의 옷을 구별하는 법은 어려서부터 배워도 내 삶, 너의 삶을 구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라도 스스로 나의 삶을 짓는 법을 배운다.

나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하나이고 나는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러니까 삶의 재질, 패턴, 형태 모든 것을 내가 재단해야 하는 것이다.

내 인생의 유일한 재단사는 엄마도, 남편도 아닌 바로 나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남편은 나에게는 정말 로또인 셈이다.

복권에 당첨이 되어 받은 상금이 내 삶에 적절히 사용될 때 비로소 진짜 행운이 되는 것처럼.

진짜 행운은 ‘함께 있는 것’ 그 자체가 아니다. 함께 함으로써 나의 본질을 발견하는 기회를 얻는 것이 바로 행운이다.

그러니 내가 가진 이 복권을 얼마나 소중히 여겨야 할까. 그래서 얼마나 감사한가.

나이가 좀 더 먹는 어느 날, 날씨 좋은 오후, 함께 나이 든 남편에게 이 말을 꼭 해줘야겠다.

“당신 진짜 내 로또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