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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윤 Nov 19. 2023

인공지능 시대에는 어떤 인재가 필요할까?

트렌드 코리아 2024 (2) 호모 프롬프트

‘챗(Chat)GPT’는 지난 한 해 동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단어일 것이다. 챗GPT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라고 부르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의 하나로 사람만큼 뛰어난 언어구사력을 선보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이미지나 발표 자료를 손쉽게 만들어주는 AI, 음악·그림 등 창작물을 내놓는 AI 등 여러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며 AI 시대가 많이 진척된듯 싶지만, 사실 챗GPT가 세상에 공개된 것은 지난해 11월 30일. 아직 만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챗GPT를 개발한 기업인 ‘오픈AI’가 일주일 전 공개한 새 버전 ‘GPT-4 터보’는 기능적으로도 빠르게 향상됐다. 예를 들어 한 번 질문할 때 입력할 수 있는 정보량이 3000단어에서 300 페이지까지 증가해 책 한 권을 요약해달라는 명령이 쉽게 가능해졌고 2021년 이후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올해 봄까지의 일을 학습해 훨씬 유용한 답변을 내놓는다. 국내 대기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는 만큼 2024년 또한 AI는 시장의 화두를 점할 것이라 예상된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에 대해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AI를 어떻게 자기 삶에 접목해 새로운 기회 영역을 발굴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은 AI에 관한 소식을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로봇으로 인한 인명 사고를 접하며 기술에 대한 다소 맹목적인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필자를 포함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진들은 다가오는 2024년을 맞이하며 기술 그 자체의 변화보다도 기술 발전을 맞이하는 인간의 역량에 주목하게 됐다.



이에 맞춰 소개할 트렌드 키워드는 ‘호모 프롬프트’이다. 

‘~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호모(homo)라는 접두어가 보여주듯 이 키워드는 사람, 새로운 인재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흔히 방송국에서는 방송을 진행할 때 ‘프롬프터’라는 것을 자주 사용한다. 아나운서나 배우에게 다음 대사나 지시사항을 전달할 목적으로 띄워놓는 큰 화면을 말한다. IT 분야에서 사용하는 ‘프롬프트’라는 용어 역시 이와 유사한 의미다. 컴퓨터 시스템이나 AI에게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을 ‘프롬프트를 준다’라고 표현한다. 종합하자면 ‘호모 프롬프트’는 프롬프트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사람, AI와 ‘티키타카(공을 빠르게 주고받는 것처럼 상호작용에서 합이 잘 맞는 것)’를 잘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렇다면 호모 프롬프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첫 번째로는 AI와 친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AI를 공부해 AI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인공지능이 진화하는 방향은 ‘멀티 모달(Multi Modal)’이라고 한다. 챗GPT 이전 버전에서 그러했듯 텍스트로만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넘어서서 음성·이미지·영상·생체데이터 등 여러 방법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프롬프트를 어떻게 입력하는지 모르는 일반인들도 목소리와 표정만을 써서 AI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란 의미이다.


또한 AI 서비스는 새로운 서비스를 설치해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에 슬쩍 적용돼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작동할 것이다. 한마디로 ‘사용자 친화적’ 서비스가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은 특별한 기술을 학습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AI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현재에도 스마트폰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기능을 몇 퍼센트나 활용하는가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처럼 AI의 이해도에 따라 활용 능력에는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호모 프롬프트가 되기 위해 두 번째로 요구되는 역량은 AI를 특정 분야에 활용하는 능력이다. 

오픈AI에서 개발한 GPT는 영역이 특화되지 않은 ‘일반형’이다. 금융·법률·여행·커머스 등 각 분야에서는 해당 분야에 맞게 정교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판다랭크’와 같은 이커머스 분석 플랫폼에서는 AI를 도입하되 현재 소비자들에게 인기 있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어떤 마케팅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 등 커머스에 특화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오픈AI는 ‘GPT스토어’를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개개인도 특정 분야에 맞춤화된 AI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도록 해 마치 앱스토어에서 앱을 판매하듯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특화를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호모 프롬프트로 나아가기 위해 요구되는 핵심 역량은 ‘질문을 잘 던지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매우 똑똑하지만 그 답변의 수준은 질문의 수준을 넘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의 결과물 또한 명령한 수준만큼, 이용자가 목표한 수준만큼만 뛰어날 수 있다. 지시한 결과물에 만족할 것인지 만족하지 않는다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결국 AI가 효율성을 담보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내공’은 이용자의 몫이다.






2010년대 등장한 스마트폰이 불과 십 년 만에 인류의 생활을 바꾸어놓았듯, AI 또한 시대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 예견된다. 이에 따라 사회적 차원의 준비도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AI가 만든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이슈나 가짜뉴스처럼 기술의 악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나아가 호모 프롬프트가 되기 위해 추가로 역량을 갖추는 것을 넘어서 무엇을 잃지 않아야 할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질문을 잘 던지는 역량을 이야기했지만 사실 생성형 AI는 어떤 질문이 필요한지 마치 ‘자주 묻는 질문과 답변(FAQ)’처럼 미리 나올법한 질문을 추천해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인간에게 사고력은 점차 필요치 않게 되는 것이다. 편리함에 의존하기 쉬운 환경 속에서 기존의 역량을 잃지 않는 것부터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본 내용은 필자가 국방일보에서 연재하는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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