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인시 Dec 17. 2021

[오디오북 리뷰]  『은반지』 권여선

작은 딸이 높고 앙칼진 소리로 말했다. 

-이것만 아세요 엄마.
-뭘?

-엄마가 저를 이렇게 약골로 낳아놓는 바람에 전 공부도 제대로 못했고, 좋은 놈도 못 만났고, 한 평생 비루먹은 말처럼 죽도록 고생만하다 엄마보다 먼저 죽게될거라는 걸요. 



    단편소설이 듣고 싶은 날이 있다. 아주 바쁜 프로젝트를 마치고 한숨 놓았을 때라든가 여유로운 주말, 활력은 가득하고 시간도 많은 때이다. 거의 같은 조건이라도 어떤 때는 누가 말려도 아무 소용 없다는 마음으로 하루종일 영화를 보겠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고,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은 단편소설을 듣기로 했다. 햇빛 맑은 날 손을 놀리며 소설을 들으면 좋을테다. 소일거리도 함께 할 셈이라 그 맥이 끊기고 싶지는 않기에 한 시간 남짓의 낭독시간이 좋겠다 싶어 단편소설을 찾았다. 찾았다. 은반지 권여선. 

은반지가 그려진 썸네일을 보고 호기심이 동했고, 여러번 재미있게 읽은 작품들을 발견한 바 있는 황순원문학상 수상작들 중에 있어 기대를 안고 선택했다. 



오디오북 별점 ★★★★★ 


모녀의 전화통화로 시작되니 잔잔하겠다싶다가 들을수록 사이비종교, 납치, 감금 하는 단어들이 비약이다 하다가도 설마, 싶다. 특히 요양원의 이미지나 방문 했을 때 오 여사가 느끼는 인상 따위로 작가가 심어놓은 장치들 때문에 이런 마음이 왔다갔다 한다. 두 여성(오 여사, 심 여사)이 함께한 공동생활임에도 서로의 기억은 너무도 다르다. 사소한 것이 그렇다. 함께 먹던 밥상의 기억, 누가 누구에게 비위를 맞춰주던 생활, 같은 것들. 또 심 여사가 주장하는 그 날 밤의 기억. 그랬으니 오 여사는 언짢은 기억이 있어도 요양원에 있다는 ex-roommate(심 여사)를 찾아 얼굴이라도 보고 오는 것이 도리라고 느꼈을 것이다. 한편 요양원에서 오 여사를 맞이하는 심 여사는 바깥 세상, 아니 오 여사를 '모시고 살면서' '강아지 새끼마냥 길이들어'있는 생활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구렁텅이'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오 여사, 심 여사, 그리고 오 여사의 두 딸들을 나레이터가 잘 연기해주었다. 특히 오/심 여사를 연기할 때는 낭독자가 정말 그 여산가 싶다. 



<작품>

작품 : 『은반지』, 권여선

장르 : 소설





<나레이션>

나레이터 : 책읽는S다이어리

배경음 및 효과음 : 배경음 없음/효과음 없음

길이 : 56분 4초


1. 나레이션과 작품의 어울림 정도

오/심 여사 목소리를 낭독 이상으로 잘 연기했다. 오 여사가 딸들과 대화할 때 느낄 법한 허탈한 감정을 잘 표현했다. "내가 죄가 많다", "아휴 나 졸립다, 그만 잘란다" 같은 대사들을 유난스럽지 않으면서도 잘 살려주었다. 낭독을 통해 딸들의 무심하고 (스토리상) 얄미운 감정선도 잘 파악된다.

2. 등장인물 목소리 구별도

목소리 톤을 바꾸어가며 하는 낭독은 아니다.  따라서 아주 많이 구별되지는 않는다.

3. 작품을 전하는 낭독 스타일의 생생함의 정도

좋다.

4. 낭독 페이스/낭독이 작품감상 경험에 미치는 정도

낭독 페이스가 적당했다. 차분한 목소리와 차분한 척하는 플롯을 가진, 스릴 있는 작품이 잘 어울린다. 



작가의 이전글 [오디오북 리뷰] 『영당할머니』 이광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