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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인시 Jan 16. 2022

벽간소음, 벽, 과자 부수기

나무망치로 빠작빠작 부수어 먹는 유러피언 스위트 슈네발은 독일의 전통 과자로 두드려 부수어 먹는 그 이색적인 맛으로 한때 인기를 끌었는데 바닐라, 석류, 초코, 코코넛의 향을 입히고 슈네발 말처럼 눈 뭉친 공 같은 덩어리들을 세련된 종이에 하나하나 정성스레 쌌다


이거 기억 나 그때 줄 서서 사고 그랬는데

그래 우리 다 그랬지 이게 대유행이였다니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 무슨 말이라도 했고 V도 별 대수롭지 않은 말에 까르르 하면 난 잘 됐다 싶어 한술 더 떠 깔깔댔다


(탁)

(또르르르)


그러니까! 하하하


(주우욱)


B 기억나지 걘 이 캔이 그렇게 예쁘다고 모았대 걘 원래 그렇게,

(드륵- 탁 웅웅웅)


요즘 하나도 못 잤다고 말했다

V의  옆집사람은 배려가 없어서 오밤중에도 친구들을 왕창 데려와 소리 지르고, 웃고, 크게 틀어놓는 그 십 몇 년 전 유행가로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고


처음에는 자다가 깼는데 깰 정도면 얼마나 큰 소리겠어

창문 열어보니 밖은 아니라 대문 여니 복도야 옆집이야 큰일 난건가 싶었는데 또 웃음소리로 바뀌는거야

일주일에 두세 번을


그러고보니 얘 좀 헬쓱해졌다


(아이씨)

(쿵쿵쿵쿵)


저 집은 끝집이라 벽 맞대고 지내는 이웃이 나 하나잖아. 난 혼자 사는 여자고


쏟아냈다


탕! 탕! 탕!

슈네발이 망치가 닿는 곳마다 갈라지고, 갈라진 곳이 쩍 벌어진다.


그 사람이 뭐라냐면

야 나는 그렇게 당하고 살 바엔 차라리 하면서 와와대던데  새벽 한 시에!
언니, 근데 그거 내가 할 소리 아니야?


탕! 탕! 탁! 탁!


초점을 고정한 채

뻣뻣해진 손으로  연신 퍽퍽

망치를 휘두르는 V


아이씨

벽을 부실뻔했다니까


야 너 큰일나게 봐 이 회사 귀마개가 좋대


탕! 탕! 탕! 탕! 탕!

슈네발이 튄다


탕! 탕! 탕! 탕! 탕! 탕!

(또르르륵 솨아아)



지금도 쿵쿵쿵쿵 하잖아 언니

귀 벽에 대 봐 쿤 쿤 쿤 쿤


빨갛게 달아오른 V

볼을 납작 밀어 귀를  밀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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