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동화
오늘 아침은 비가 왔어요.
아파트 현관 지붕 끝에서 물방울들이 쪼르르 떨어졌어요.
떨어진 물방울들은 웅덩이에 모여 다시 하나가 되었어요.
물방울들은 좁은 웅덩이에서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쫑알댔어요.
"아휴, 저리 좀 비켜봐!"
"너야말로 저리 좀 가봐!"
그러자 웅덩이 가운데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얘들아! 싸우지 말고 우리 더 넓은 곳으로 가보자!"
그러자 다른 물방울들이 더 시끄럽게 쫑알댔어요.
"우리 힘을 합쳐서 같은 방향으로 몸을 움직여 보는 거야!"
쫑알대던 물방울들이 하나, 둘, 한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영차! 영차!
잔잔하던 물방울들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그때, 지나가던 바람이 물방울들을 보고 말했어요.
"너희들 어디로 가고 싶니? 내가 데려다줄게."
물방울들은 기뻐하며 소리쳤어요.
"어디든 좋아요!"
바람은 입을 오므려 입김을 세차게 불어 주었어요.
그러자 물방울들은 바람에 쓸려 데구루루 흘러갔어요.
물방울들은 화단으로 흘러가 개미를 만났어요.
개미는 흙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어요.
"개미야, 왜 울고 있니?"
"목이 너무 마른데 비가 와서 온통 다 흙탕 물 뿐이야. 마실 수가 없어."
물방울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개미에게 물방울을 조금 떼어 주었어요.
개미는 물방울을 마시고 더 이상 목이 마르지 않았어요.
물방울들은 다시 흘러가 토끼풀을 만났어요.
토끼풀은 잎을 떨며 울고 있었어요.
"토끼풀아, 왜 울고 있니?"
"내 이파리 끝에 달린 예쁜 물방울이 빗줄기에 쓸려가 버렸어. 목걸이처럼 예쁜 물방울이었는데."
물방울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토끼풀 이파리 끝에 물방울을 달아주었어요.
토끼풀은 유리구슬 같은 물방울을 보며 기뻐했어요.
그러는 사이 비가 그치고 해가 반짝 빛이 났어요.
뜨거운 햇살에 물방울들이 점점 말라가고 있었어요.
물방울들은 힘을 내어 다른 곳으로 흘러갔어요.
물방울들은 지렁이를 만났어요.
지렁이는 길에 누워 울고 있었어요.
"지렁아, 왜 울고 있니?"
"비가 오는 줄 알고 산책을 나왔는데 햇볕에 내 몸이 다 말라버렸어."
물방울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지렁이에게 다가가 지렁이를 꼬옥 감싸 주었어요.
지렁이의 얼굴이 생글생글해졌어요.
지렁이는 느릿느릿 다시 화단으로 기어갔어요.
물방울들은 모두 다 사라졌어요.
물방울들과 이야기하고 싶을 땐 개미와 만나고
물방울들이 보고 싶을 땐 토끼풀과 만나고
물방울들을 끌어안고 싶을 땐 지렁이를 만나요.
모두 잘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