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동화
옛날 어느 마을에 카렌이라는 아이가 살고 있었어요.
카렌의 집은 몹시 가난했어요.
그래서 항상 옷과 신발을 얻어 입었어요.
카렌은 마음씨 착한 아이였지만 낡은 옷을 물려 입는 것이 창피했어요.
친구들의 새 옷이 부럽기도 했어요.
어느 날 카렌의 집 앞에 커다란 상자가 놓여있었어요.
"엄마, 아빠! 이것 봐요. 여기 누가 상자를 놓고 갔어요!"
카렌과 카렌의 부모님은 상자를 조심스레 열어 보았어요.
그 안에는 빨간구두와 예쁜 드레스들이 들어 있었어요.
카렌은 빨간구두를 꺼내 신어 보았어요.
"어머, 내 발에 꼭 맞잖아!"
카렌은 무척 기뻤어요.
하지만 부모님의 얼굴은 어두웠어요.
카렌은 어딜 가든 항상 빨간구두를 신고 다녔어요.
청소를 할 때도, 심부름을 갈 때도, 늘 빨간구두와 함께였어요.
그러자 엄마가 카렌을 불러 이야기했어요.
"카렌, 빨간구두도 좋지만 다른 신발도 좀 신는 게 어떠니?"
"싫어요. 전 이 구두가 좋은걸요! 다른 신발은 신고 싶지 않아요."
카렌은 물려받은 신발이 몇 켤레 있었어요.
그 신발들은 카렌의 발에 너무 꼭 맞아서 발이 아프거나, 반대로 너무 커서 헐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빨간구두는 카렌의 발에 딱 맞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카렌은 상자에 들어있던 드레스를 입고 산책을 나섰어요.
물론 빨간구두도 신고 말이에요.
산책을 하다가 카렌의 친구인 닐라를 만났어요.
닐라는 카렌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어요.
"이게 뭐야! 이건 내가 버린 옷과 구두잖아!"
카렌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어요.
너무 창피해서 집으로 도망가고 싶었어요.
카렌은 빨간구두를 벗어버리려고 했지만 구두는 발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았어요.
그때, 갑자기 빨간구두가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카렌의 다리와 몸은 빨간구두의 움직임에 맞춰 춤을 추었어요.
카렌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어떤 사람들은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치기도 했어요.
카렌은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춤을 추었어요.
카렌이 춤을 마쳤을 때, 마을 사람들은 모두 카렌을 칭찬하며 박수를 쳐 주었어요.
그날 이후로 카렌은 '빨간구두 카렌'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답니다.
닐라는 사람들에게 빨간구두는 내가 버린 구두라고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그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았어요.
카렌은 더 이상 빨간구두가 창피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빨간구두와 함께 매일 춤을 추었어요.
결국 빨간구두의 밑창이 닳아 망가져버렸지만, 카렌은 빨간구두가 없이도 춤을 잘 출 수 있게 되었어요.
망가진 빨간구두를 신발장에 고이 넣으며 카렌이 말했어요.
"고마워, 빨간구두야."
빨간구두 카렌은 이제 낡은 신발을 신고 춤을 춰요.
사람들은 카렌의 신발이 무슨 색인지 몰라요.
하지만 이것만은 모두들 잘 알고 있어요.
카렌의 춤이 아주 멋지다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