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연휴의 시작, 아주 소박한 가족 여행 중이다.
지난밤, 장흥 어느 시골 세 집만 모여 사는 마을에 세컨드 집을 지으신 선배님 댁에 묵었다.
그리고 오전 시간, 정남진 바닷가 부두에서 남편과 선배님은 낚시 삼매경에 빠졌다. 첫 새끼돔 이후에 지지부진하여 내 보기엔 톳만 자꾸 낚는 것 같지만 즐거운 지 한참 동안 조용하다.
구름이 무겁더니 빗방울이 떨어져 복동이와 나는 차에 타 있다. 문을 열어놓은 편엔 바다가 끝없고, 반대편엔 해송이 푸르다. 이제 짙어지려고 하는 초록 잎과 옅은 군청색 하늘은 영락없이 초여름이다. 그리고 사소하고 여리고 하얗게 투명한 빗방울들이 토독토독 앞유리에 떨어지고 있다.
복동은 앞에 앉아 책을 읽고, 나는 뒤에 앉아 아침에 따온 보리수 열매와 못난이 딸기를 탐욕스레 입에 넣길 반복하며 계절을 만끽한다.
아주 가끔 내 삶 중 한 장면이 플레이리스트 섬네일처럼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침 좋은 계절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고 건강한 내 사람들이 옆에 있고 배도 부르다. 바로 지금.
읽고 있는 책 ’ 자기 앞의 생’에 나오는 주인공 모모가 ‘행복이란 손 닿는 곳에 있을 때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동의한다. 그래서 나도 이 순간을 이렇게 꽉 잡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