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저녁, 빨래 더미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작은 손으로 손수건을 개키는 복동이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날마다 조금씩 아기의 모습을 벗어서 과거에 두며 자라나고 있는 작은 사람. 눈앞에 있어도 아깝고 그리운 내 사랑.
이 사랑스러움을 다 잊게 될 것을 미리 걱정하여 한편이 저려오기까지 하는 마음, 이 것 참 무쓸모로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의 세상은 꼭 필요한 것들 사이사이로 스미는 이런 무용한 잡념들로 더 부드러워지고 풍부해진다.
그리하여 마음에 아로새기는 내 강아지의 예쁜 말들.
카페를 지날 때마다
엄마, 오늘 커피 못먹어쪄? (응) 내일은 꼭 먹어.
아빠와 자러 들어가며
엄마는 내 최고의 선물, 내 친한 친구예요. 엄마 사랑해요.
엄마 사랑하는 방법
내가 엄마 사랑하는 방법을 해볼게요.
첫 번째, 엄마 어깨를 주무른다. 두 번째, 엄마한테 뽀뽀를 해준다. 세 번째, 엄마를 안아준다. 네 번째 엄마 등을 두드려준다.
복동이는 사랑이 많은 아가로 건강히 자라고 있다. 새치머리를 뽑으며 코가 빠진 게 엊저녁의 일이지만, 우린 아직 젊다. 맞춤으로 내리는 비 뒤에 봄은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렸다. 여기서 무엇을 더 바란다면 너무 과한 욕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