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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슬 Nov 06. 2018

며느리의 일기장 23

넌 왜 엄마 바쁠 때 안 도와주니? 2

 시어머니를 도우러 가서 불편했던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시삼촌과 결혼하신 외숙모께서는 외국인이셨는데, 외숙모의 어머니께서 잠시 쉬러 오셔서는 무료하시다고 시어머니 식당에서 함께 일하게 되셨다.

그런데 그분은 한국말도 모르셨고, 연세가 있으셨기에 실수가 잦으셨다.

그때마다 시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아 진짜 한국말 못 알아듣네."


 당황스러웠다.

사람들 앞에서 사돈을 무시하는 말씀을 하시는 게 누가 보기에도 좋지 않았다.

아무리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다 하셔도 사돈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지셨다.

사돈 어르신이 일을 잘하시던, 못하시던 시어머니께서는 돈을 시급에 맞춰 주시는 것도 아니었고, 이런 말로 표현하기는 죄송하지만 부리듯이 대하셨다.

옆에서 보기가 민망했다.


 내가 더 죄송해서 그분께서 실수하시면 옆에서 시어머니 모르시게 수습해드리곤 했다.

쉴만한 시간에는 간식거리도 사다 드렸고, 말은 안 통하지만 내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도와드렸다.

그래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니 나아지는 상황은 별로 없었다.

결국 사돈 어르신은 일을 그만두셨고, 그런 모습을 시어머니께서는 비난하셨다.


 일도 못하는데 근성도 없다는 둥, 차라리 잘 됐다는 둥.

그러면서 나에겐 더 많은 도움을 요청하셨다.

하지만 나도 추후에 취업을 했고, 시어머니도 힘드셨는지 얼마 가지 않아 일을 그만두셨다.

결국 손해 보셨지만 덕분에 여러 사람이 마음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여러모로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얼마 안가 시댁은 또 다른 사업을 시작하셨고, 그 사업을 계기로 내 기준에서는 남편과의 갈등이 생겨났다.

시댁의 사업이 잘 되자 남편은 시작하지 얼마 되지 않아 자리 잡지도 않은 그 사업을 이어받고자 했다.

난 반대했고, 그 남자가 날 떠날 때는 이런 말을 들어야 했다.

"나는 내 성공하는 길 막는 사람은 싫어."


 과연 우리가 헤어진 이유가 그뿐이겠냐마는 결국 눈앞에 놓인 돈이 더 중요해서 나를 떠나야겠다는데 나도 그 사람을 이해해줄 수는 없었다.

여러 이유가 있더라도 내가 돈보다 못한 존재가 된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했고, 그래서 더 마음이 힘들었다.

나는 그 사람이 돈이 없어도 기다려줬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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