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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 슬 Nov 07. 2018

며느리의 일기장 25

내 동생은 그럴 수 있어. 이해해.

 그날은 시댁과 저녁에 치킨집에 가게 되었다.

가족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시삼촌과 시댁의 지인 몇 분이 오셔서 합석하셨다.

외숙모께서는 잠시 친정에 가셔서 시삼촌께서 혼자 지내시는 동안 매일같이 지인분들을 만나셨다.


 나와 남편은 어른들 옆 테이블로 옮겨 우리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갑자기 이런 소리가 들렸다.

"너네 어제 그래서 진짜 다녀왔어?"

그리고 믿기 힘든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어제 OO형님이랑 마사지 받고 왔어."

뒷이야기는 불편했다.

시어머니께서 "괜찮아. 내 동생은 그럴 수 있어. 이해해."

도대체 어디가 어떻게, 뭐가 괜찮은지 이해되지 않았다.


 시어머니께서는 시아버지께서 본인을 두고 친구분들과 노래방 가는 것도 의심하는 분이셨다.

근데 내로남불도 아니고, 동생이 옳지 못한 일을 하는 게 이해가 된다니.

앞, 뒤가 이상하고 논리에 맞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돈으로 해결하면 안 되는 일을 한 건데...

화가 났고, 이 집안은 어떻게 된 집안인가부터 시작해서 내가 대체 누구와 결혼해서 어떤 사람들과 가족이 된 걸까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나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얘기를 듣고 와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그냥 씻고 남편은 잠들었고, 나는 밤새 멍하니 TV를 보았다.

철 없이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한 내가 바보 같았고, 부모님께 죄송했고, 여러모로 부끄러웠다.

그리고 이런 삶을 계속 살아야 한다면, 나는 절대로 말려들지 않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육아는 내가 해야 한다는 주의였지만, 혹시라도 아이가 생긴 후 아쉬운 일이 생기더라도 절대로 시어머니 손에는 키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 만나게 될 내 아이가 필터링 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듣고 자랄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상상도 하기 싫어 TV 채널만 계속해서 돌렸고 밤을 새웠다.


 그 이후로도 시삼촌께서는 나쁜 습관을 고치지 못하셨다.

그리고 시댁은 그 모습을 묵인했다.

물론 외숙모께서는 몰랐다.

딸도 있으신 분이... 어찌 저러실 수 있으실까 싶었다.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접했던 그런 문화를 즐기는 사람을 본 건 처음이었고,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나한테도 임신하면 남편한테 돈을 쥐여주고 다녀오라고 하라고 하신 거였구나 싶었다.

시댁 식구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고, 함께하는 자리가 역겹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같이 뭘 먹을 땐 입맛이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돈으로 성을 사는 행위가 잘못된 행동이라고 나는 한 번도 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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