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 슬 Aug 16. 2019

아내의 일기장7

그와 나의 결혼생활

 결혼 후 첫 한 달은 정말 행복했다.

결혼하면 다들 잠시 동안 행복한 얼굴을 하고 다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행복감은 잠시뿐이었고, 우리는 곧 현실과 직시하게 되었다.

결혼은 현실이란 말은 우리 둘도 피할 수 없이 마주해야 할 과정이었다.


 마주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불안정했다.

그는 바빴고 나는 기다려야 했고 더불어 모든 것에 하모니를 이루려는 듯 우리의 통장 잔고 역시 손에 잡힌 모래처럼 쥐면 쥘수록 손가락 밖으로 새어나갈 뿐이었다.

안정되지 못하고 파도처럼 요동치는 생활에 우리는 자제력을 잃고 균형을 잃었다.

그 사람은 게임에 빠졌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또 한 번 균형을 잃었다.


 밸런스 없는 삶에 그대로 무너질 수 없어 나는 나름대로의 노력을 했다.

집이 더러워지면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우울감에 집을 청소했고, 아무런 불평 없이 내 옆을 지켜주는 강아지와 하루에도 몇 시간씩 산책을 했다.

하지만 나 혼자만의 노력이라 느껴지는 것들은 우리 관계에 아무런 이점이 되어주지 못했다.


 내가 남편과의 관계, 우리 둘의 가정을 위해 노력하고 애를 쓸수록 그는 왜인지 나에게서 더 멀어졌다.

친정에도 그 사실을 말할 수 없었고,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내색을 해 보일 때면 어린 나이에 어른들 말 안 듣고 결혼해서 얻은 당연한 결과라는 불편한 시선을 느낄 뿐이었다.

혹은 결혼하지 못한 친구들은 이해하지 못했었다.

물론 나에게 심심치 않은 위로를 건넸지만,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알 수 없는 불안감들과 우울감에 잠식되어갔고 자신감을 잃고, 남편이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남편이 없는. 결혼했지만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되어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의 일기장 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