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ful>_패티맥코드
전 세계적인 기술혁신의 상징으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의 기업들.
겉으로 보기에 자유로운 수평 문화, 다채로운 직원 복지, 높은 연봉 등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대부분의 조건을 다 갖춘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CTO(Chief Talent Officer)로 14년을 일한 패티맥코드가 쓴 <Powerful>은 그런 기업들의 실제 내면이 얼마나 치열한지에 대해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최근 들어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아져서 관련 서적들과 기사도 많이 찾아보았었고, 현재 하고 있는 업무와도 연관이 있어 차분히 2번을 정독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인재풀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더 적극적으로 최고 인재를 발굴할 필요가 있고 내부적인 인재관리 역시 꾸준히 신경 쓰며 개선할 부분은 다듬어야 한다.
기업마다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를 무조건 도입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정답만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을 많은 기업 리더들이 읽었으면 하는 이유는, 우리 조직의 방향성, 제도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고 깊게 고민해볼 수 있는 주제를 던져주며, 사업환경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 어떻게 혁신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기업-직원 간 관계’에 대한 견해가 다르고, ‘어떤 기업 문화가 좋다’라는 것에 대해서도 느끼는 바가 각각 다를 것이다.
기존에 내가 고민하고 있던 문제와 의견이 맞았던 부분, 깨달음을 주는 부분에는 책을 읽으며 밑줄을 쳤고, 한번 읽고 말 것이 아니라 중요한 내용은 따로 정리해둘 필요성을 느꼈다.
핵심인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경쟁적 환경에서, 기업의 책임자 및 직원들 모두가 이 책을 읽고 느끼는 바가 많았으면 좋겠다.
[자유와 책임의 문화]
넷플릭스가 내세우는 조직 문화는 바로 ‘자유와 책임의 문화’이다. 자유에는 엄연히 책임이 따르며 ‘책임’이라는 이 단어는 어린아이가 아닌, 성인에게 더 어울린다. 넷플릭스는 직원들을 어른으로 대접한다. 그렇기에 과감하게 각종 정책과 절차를 줄여나간다. 예를 들어, 회사 차원의 휴가 정책을 없애서 직원들이 스스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한다. 자녀와 여행을 가고 싶은 직원은 따로 승인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내다 올 수 있다. 더군다나 회사 경비 정책도 없앴다. 회사의 돈을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지 직원들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것이다.
직원들을 어른으로 대접한다고 해도, 회사의 최고경영자 입장에서 절대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정책과 절차가 하나씩 줄어들수록 직원들이 더 빨리 움직이고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 아래 이러한 과감한 시도를 계속해 나가고 있으며, 그 믿음이 옳았다는 것을 자체적으로 증명해내고 있다.
그리고 강조한다. ‘지속적인 실험을 통해 당신이 얼마나 군더더기 없이 운영할 수 있을지를 찾아라. 정책이나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나면 그때 복구하면 된다.’
[극도의 솔직함]
넷플릭스에서 가장 중요한 지침 중 하나는 모두가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뢰는 솔직한 소통을 기반으로 하며, 직원들은 절반의 진실만 들을 때 냉소적으로 변한다. 그러기 때문에 넷플릭스의 고위 경영진은 사업이 직면한 문제를 가감 없이 직원들에게 공유하고 설명한다. 또한, 리더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둘 뿐 아니라 틀렸을 때는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모든 피드백은 익명이 아닌, 실명으로 진행된다. 직원들에게 익명이 허용될 때 더 진실해질 것이란 게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진실한 사람들은 모든 일에 진실하다. 피드백을 준 사람이 누군지 모른다면, 그들이 하는 일이나 조직에서의 위치 등 어떤 맥락에서 그러한 지적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솔직함을 바탕으로 소통할 때는 무엇보다 ‘전달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리더들은 팀원들에게 비판적인 피드백을 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고, 연습을 해야 한다. 피드백은 구체적이고 건설적이며 심사숙고한 결론이라는 인상을 줘야 한다.
[최적의 인재 발굴&관리]
‘회사는 가족이 아니라 스포츠팀과 같은 것’이라는 말에 깊게 공감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가족주의 문화가 회사에 남아있는 곳이 많은데,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마인드가 우리는 최고의 스포츠팀이라는 생각으로 변화해야 한다. 스포츠팀은 새로운 선수를 끊임없이 스카우트하고 자신들의 라인업에서 선수들을 골라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팀장들은 계속해서 인재들을 찾고 팀을 새로이 구성해야 한다. 팀장들이 누구를 데리고 오고 누가 나가야 하는지를 결정할 때, 오직 자신의 팀이 이뤄내야 하는 성과를 기준으로 삼는다.
팀원 중 몇 명은 회사가 향하고 있는 미래에 걸맞은 고성과자로 성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들의 발전에 투자하는 것은 기업의 의무가 아니다. 기업이 할 일은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형태는 직원들이 자신의 발전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것이 개인과 기업 둘 다를 최적의 성장으로 이끈다.
채용을 잘한다는 것은 연결을 잘한다는 뜻이다. 한 회사의 A급 선수가 다른 회사에선 B급 선수이거나 최하위 선수일 수 있다. 넷플릭스가 내보낸 직원 상당수는 그들이 우리가 하는 일에 뛰어나지 못해서가 아니라 다른 일에 더 탁월했기 때문이다.
[멋지게 헤어지기]
패티맥코드는 비록 훌륭히 일했고 매우 재능이 있더라도 더는 필요하지 않은 기술을 가진 직원들과는 기꺼이 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사업 환경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잔인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동안 일을 잘했던 직원일지라도 때론 떠나보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기능과 기술을 보유한 고성과자를 영입할 공간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회사 내에서든 새로운 회사로든 주기적으로 이동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극도의 고용 유연성이 돋보이는 곳이구나’, ‘무조건 성과로 승부하고 살아남아야 해서 살 떨리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읽어보니, 넷플릭스가 이런 문화를 가지고 있기에 치열한 경쟁이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계속해서 혁신을 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점이 이해가 되었고, ‘단순히 회사가 나의 생계를 위한 곳’이라고 생각하거나, ‘딱 정해진 시간만 채우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이,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들만 모여있으니 업무환경이 최상일 수 있다는 점이 새삼 부러웠다.
내가 부러워하는 부분을 넷플릭스는 이미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회사가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지원은 오직 고성과자들만 채용해서 그들이 함께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무실에 푸스볼을 들여놓거나, 공짜 초밥을 제공하거나, 엄청난 보너스 또는 스톡옵션을 안기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특전이다. ‘능력이 탁월한 동료’ ‘명확한 목표’, ‘제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이 세 가지는 무엇보다 강력한 조합이다.
성장하는 기업들은 조직에 충성하고 성실히 일하겠다는 사람이 아닌, 전문가로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싶어 한다. 실리콘밸리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은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이 와서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곳으로 여긴다.
작가는 오늘날 치열한 경쟁과 역동적인 비즈니스 환경에 맞서 싸우는 최고의 방법은 개인들이 기술을 개발하고 미래 성공에 필요한 경험을 얻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 상황에, 그리고 조직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의 길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함을 여실히 느끼게 된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