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04 사진
2009년 11월 4일 핸드폰으로 찍었던 사진
당시에 썼던 글
늦은 오후에 일어나 어머니와 동네 병원으로 향했다.
고작 한 두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병원으로 향하는 길이 그새 많이 변해 있었다. 아마도 여름이 끝나는 무렵, 어머니와 걸었던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다.
병원에 들러, 약국에 들러 집으로 향했다. 그러다 동네 어귀의 놀이터에 잠시 들러 쉬기로 했다.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는 던 중 바닥에 새겨진 나뭇잎 모양을 발견했다. 타이어로 만든 재생 타일.
먼지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지난 간밤의 가랑비 덕택이었을까... 나뭇잎은 보이지 않고 그 흔적들만이 새겨져 있다.
예전에 봤던 핵전쟁 영화의 엔딩이 떠올랐다. 탈출하려던 인물들의 헬기가 늪으로 떨어지자 한 남자가 비장하게 말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화석으로 발견되겠지. 먼 훗날에"
"우리는 화석으로 발견되겠지. 먼 훗날에."
영화 제목도 모른 채 우연히 TV에서 봤던 영화였다.
내용도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미국의 적대국이 핵 미사일을 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도시를 탈출하기 위해 애를 썼다는 내용. 그중 내 기억에 남는 건 빌딩 옥상에 있는 헬기를 타고 겨우 탈출에 성공하지만, 늪으로 추락해 화석이 될 거라고 말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한동안 "화석"을 언급한 그 대사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던 기억도 난다. 화석이 된다는 게 기쁜 일일까, 슬픈 일일까란 쓸데없는 고민을 했던 기억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이 글을 적는 동안, 정확한 영화 제목과 내용이 알고 싶어져 네이버에 키워드를 넣어 검색했다. 하지만 걸리는 게 없어 결국 챗지피티로 알아냈다. 영화는 스티브 드자넷 감독의 1988년작 <최후의 카운트다운>. 원제는 Miracle Mile.
16년이란 시간차 때문인지 내용은 내 기억과 달리, 아래의 로그라인을 갖고 있었다.
"해리라는 심성 좋은 음악인이 우연히 핵폭탄 발사 버튼이 눌러졌다는 전화를 받게 된다. 그는 70 분 후에 L.A. 지역이 파멸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사람들을 구하려고 한다."
재밌다.
어릴 때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살려고 발버둥 쳤던 사람들이 헬기와 함께 늪에 빠져 죽어갈 수밖에 없다는 게 충격이었다. 우연히 접한 베드 엔딩 영화인 셈이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화석으로 발견되겠지"라고 말했던 배우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 거 보면 꽤 인상 깊게 영화를 봤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저 대사는 "우리의 죽음은 결코 헛되지 않아. 이대로 끝나는 것도 아닐 거야. 우리는 화석으로라도 발견될 테니까." 의미를 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화석이 되어 후대에 발견되는 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미라의 모습으로, 또는 얼음 속에서 꽁꽁 언 채 원래의 모습을 어느 정도 유지한 채 발견되는 선대인들을 볼 때면, 발견된 그들의 기분은 어떨지 궁금할 때가 있다. 이렇게라도 누군가에게 발견되고, 박물관에 전시되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거. 좋을까, 불편할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나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러니까 수백, 수천 년이 흐른 뒤에 내가 화석이나 다이아몬드가 됐다는 걸 알게 된다면 말이다.
챗지피티는 영화 <최후의 카운트다운>의 명대사를 아래와 같이 알려줬다.
"언젠가 우리는 화석으로 발견될 거야. 박물관에 전시될지도 몰라… 혹은 다이아몬드가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