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2 사진
2009년 8월 12일 핸드폰으로 찍었던 사진
당시에 썼던 글
태풍 때문인지 하늘에 구름들이 심상치가 않다. 하지만 아름다웠다. 무섭기도 했고 아름답기도 했다.
구름 안에 무엇이 있을까. 혹시 UFO는 없을까. 혹시 용은 없을까. 내가 잠시 눈을 돌리면 용이 머리를 내밀고 불을 한번 뿜을 것 같다.
종종 심호흡을 한다. 깊게 들이쉬고 깊고 길게 내 쉰다. 그럼 살 것 같다.
당시에 왜 저런 글을 적었는지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있는 일에 괴리감을 느끼던 해였다는 건 확실하다. 아마 연애도 상대에게 괴리감을 느끼던 해였던 것 같다.
재밌는 건 이렇게 괴리감을 느낄 때, 나는 엉뚱한 상상을 가장 많이 했다. 사진도 많이 찍고, 낙서도 많이 끄적였다. 마치 초록색 지붕 아래 창가에 앉아 상상을 하던 빨간 머리 앤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6년 뒤 웹툰 스토리 작가가 된 후. 쉽게 말해서 글 쓰는 직업을 갖게 된 후에는 엉뚱한 상상이 줄었다. 그리고 번아웃이 오기 직전 엉뚱한 상상들은 메말랐다.
'엉뚱한 상상'은 내가 보고 싶은 덩어리들을 머리 위에 띄우면 됐다. 개연성이나 통일성, 트렌디함의 여부, 타겟층에 대한 고민도 필요 없다. 오로지 날 위한 이야기니까.
연재처를 통과하기 위한 준비 과정도, 누군가와의 협업도 필요 없다. 그저 내킬 때 두 눈을 감고 상상만 하면 됐다. 상상의 시작과 끝이 자극적이지 않아도,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펼쳐져도 아무 상관없다. 오로지 날 위한 이야기니까.
그러니까 누군가의 왜 너만을 위한 이야기를 썼냐는 핀잔도, 내 취향은 아닌 것 같아요라는 조언도 필요 없는 영역이었다.
번아웃이 온 후 스토리 작가가 되기 전 그리고 데뷔하고 3년 되던 해까지의 노트를 종종 살핀다. 그때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매해마다 노트가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대부분 엉뚱한 상상의 단서들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후부터 올해 5월까지, 내 노트는 반절도 채우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반의 반절도 채우지 못했다. 여러 이유가 얽히고 얽혀 상상도, 글쓰기도 싫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치유 방법이 가벼운 글쓰기일 줄은 몰랐다. 브런치 스토리 덕에 번아웃이 조금씩 극복돼 가는 중이라 그렇다.
예쁜 노을과 말랑한 흰구름이 보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