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새

20091107 사진

by Chang

20091107 사진

2009년 11월 7일 미놀타 디카로 찍었던 사진



당시에 썼던 글


미안. 이른 아침부터 귀찮게 했네.

사실 어릴 때 키웠던 새가 생각났거든.

두 마리를 키웠는데 한 마리는 옆집 고양이가 물어 갔고 한 마리는 얼마 후에 새장에 죽어 있었네.


나는 마당에 땅을 파고 그럴싸한 석관묘를 만들었는데

미안한 마음이 밀려와서 울고 말았네.



아주 어릴 때 새를 키웠었다.

내가 키우자고 했던 건지 아니면 다른 형제가 졸랐던 건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어쩌면 동물을 좋아했던 아빠가 강아지 대신 새를 사 왔는지도 모른다.


늘 그랬듯 술김에 사 왔을 수도 있고, 누군가와 술을 마시다 선물로 받은 걸 수도 있었다.


아빠는 동물을 참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무책임할 정도로 개를 좋아했던 아빠는 가족들과 간 여행지에서, 직장 동료들과 간 여행지에서 툭하면 새끼 강아지를 사서 올라왔었다.


아무리 마당이 있다지만 엄마 입장에선 반가운 상황이 아니었다. 집에는 이미 큰 진돗개와 하얀색 발바리가 있었으니, 엄마의 일만 늘어날 게 뻔해서였다. 그래서 매번 가벼운 부부 싸움이 일어났다. 다행히 결론은 늘 엄마의 기세에 눌린 아빠의 사과로 끝났지만.


어릴 때는 아빠의 동물 사랑을 반대하는 엄마가 이해가 안 갔다. 하지만 조금 큰 후에는 이해가 갔다. 엄마는 자기의 짐을 덜기 위해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말이다.


그녀는 매일 집 청소를 하느라 바빴다. 마당을 쓸고 기존 강아지들을 챙기는 일로도 바빴다. 거기에 어린 자식들과 툭하면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남편을 챙기느라 바빴다. 가난한 외가의 동생들을 챙기는 일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런 걸 알리 없는 나나 다른 형제들은, 매번 아버지의 깜짝 선물이 좋았고 반대하는 엄마는 적으로 여겨질 뿐이었다.


그날도 그랬다.

강아지도 아닌 새장을 들고 나타난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아빠가 마냥 좋았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옆집 고양이가 새장을 덮쳤다. 새 한 마리를 입에 물고 유유히 사라지던 모습. 새장 아래에 떨어진 깃털들이 어제 일처럼 생각나곤 한다.


엄마는 옆집 아저씨한테 가서 따졌지만, 달라질 건 없었다. 아저씨가 고양이에게 시킨 일이 아니었으니 따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따진들 살아 돌아올 일도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새에 무지했던 우리 가족들은 남은 한 마리가 수컷이었는지 암컷이었는지도 몰랐다. 그저 남은 한 마리를 위해 새 새를 들이자는 상의 아닌 상의만 했다. 바보처럼 한 마리라도 살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건 우리 입장이었던 건지, 남은 한 마리는 새 짝이 오기도 전에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 고양이에게 친구가 물려간 걸 목격한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그 과정에서 고양이한테 상처를 입었던 건지 알 방법은 없었다.


그저 우리집은, 나는. 그날 이후로 다시는 새를 키우지 않았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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