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04 사진
2010년 01월 4일 폰으로 찍었던 사진
당시에 썼던 글
1.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 불투명한 창문을 보니 짙은 새벽빛에 붉은색이 감돌고 있다. 누워서 생각했다. 밖이 조용한걸 보니 눈이 오는 것 같다고. 창문을 여니 진짜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2. 발목까지 쌓인 눈에 예전 함백산이 떠올라 즐거웠다. 버스가 막힐 건 생각도 못했다. 정류장에, 도로에 웬일로 사람도 차도 없다 싶어 좋았다.
3. 버스가 왔다. 평소와 달리 앉을 자리가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쌓여가는 눈을 쳐다봤다. 버스 속도로 봐서는 교통체증이 예상 됐지만, 나와는 상관없어 보였다.
4. 내가 좋아하는 세곡로, 이 시골스런 논두렁 밭두렁 길에 접어들자 딥 임팩트가 생각난다. 다들 피난길에 몰려든 모양새다. 중간중간 버려진 승용차들이 보인다. 세곡로에서 2시간을 갇혀 있었다.
5. 난 지하철이 싫다. 우산을 지팡이 삼아 집까지 비틀거리며 왔다.
2010년 1월 4일엔 폭설이 내렸던 모양이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지하철을 싫어한다. 상황상 지하철을 타야 하는 게 아니라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버스를 타고 가는 편이다. 물론 전제는 종점 근처라 앉아서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버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창밖으로 밖이 보여서다. 지하철은 대부분 검은 배경에 지하철을 탄 사람들만 비추니까 답답하고 지루하다. 사람이 많을 때는 피부가 닿을 정도로 꼿꼿하게 서서 가야 하는 것도 지루하다. 누군가와 이렇게 저렇게든 옷깃이 스치고 가방이 부딪히는, 또는 내가 내리기 위해 누군가를 밀치거나 사이를 비집고 나가야 하는 상황들이 지루하다.
하지만 버스는 다르다. 창밖을 보며 멍하니 음악을 들어도 좋다. 대부분 사람들을 많이 밀칠 일도 없다. 그저 늘 같아 보이는 거리인데도 매일이 새롭다. 거리는 같아도 매일 같은 차가 같은 시간에 옆을 지나거나, 날씨가 같지 않으니 새롭다. 지하철에서 조는 것보다 버스에서 조는 게 더 맛있기도 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차를 산 후에도 버스를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것.
입추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밤이 서늘해졌다. 반바지를 입고 자다 추워서 옆에 있던 이불을 여러 번 끌어당겼다. 이러다 곧 노랗게 익은 벼들을 보게 될 테고, 낙엽도 떨어지는 걸 보게 되겠지. 그러다 눈이 내리는 계절도 맞이하게 되겠지. 시간이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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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극복에 도움이 되고자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다. 글쓰기가 버겁지 않은 거 보면 많이 나아진 것 같다. 단지 내 번아웃은 주변 사람들 때문에 언제든지 다시 생길 거라는 게 문제고, 번아웃으로 주춤하는 사이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We are all in the gutter, but some of us are looking at the stars." 가 되는 걸 지켜봐야하는 현실이 문제다. 아니.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