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사진에 관하여

20120116 사진

by Chang


2012년 01월 16일에 폰으로 찍은 사진



당시에 썼던 글


고3 겨울 때 만난 한 강사가 떠올랐다.


나와 같은 수업을 듣던 B는 남대문 시장에 가서 찍어온 영상을 강사에게 보여줬는데, 영상에 담긴 건 시력 장애를 가진 채 열심히 장사하는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B는 강사에게 물었다. 화면에 예쁘게 담겨서 찍긴 했는데 허락을 받지 않았다. 그 얘기에 강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차피 그는 촬영한 걸 알지도 못할 텐데 뭐 어때?"라고.


나는 그날 그녀에게 실망했다. 내게 처음으로 영화를 가르쳐 준 스승이었지만, 그녀가 타인과 세상을 대하는 사고방식은 무척이나 싫었다. 대학시절 민주화를 위해 집회를 나갔던 것이 큰 훈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주 말했지만, 학생들에게 돈 욕심을 부릴 때는 그런 과거 자랑은 안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몇 년 후, 그녀가 영화 평론가가 된 걸 알게 됐다. 어째서인지 그녀의 평론은 조금도 감동적이지 않았다.

타인을 찍는 것은 늘 부담이 된다.


어쩌면 수잔 손탁의 <사진에 관하여> 때문에 심해졌는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흡사 Mr. Kim의 뒷모습을 이미지화했고, 그로 인해 그의 사라짐을 재촉했다.-라는 그녀의 멋진 발상 때문에 말이다.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에 생긴 상처는 2주째 낫지를 않고 있다. 오늘은 후시딘을 발라 밴드로 봉해야겠다. 신경 쓰인다. 상처들은.

- 내게는 신경 쓰이는 귀와 손들의 '상처'가 있다. 그리고 내 사랑스러운 미놀타 카메라는 작년 여름, 기막힌 타이밍과 함께 영원히 뻗어버렸다



13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


"그는 촬영한 걸 알지도 못할 텐데 뭐 어때?"라고 말했던 평론가는 사라졌다. 편견을 가진 채 그녀의 영화 평론을 봐서인지는 모르겠다. 혹은 내가 있는 업계처럼 피라미드 구조인 세상이라 이름을 알리지 못하게 된 걸 수도 있다. 이제와 생각하면 나는 왜 다른 말도 아닌 그 말에 꽂혀서 그녀가 싫었는지 모르겠다. "알지도 못할 텐데" 이 말이 왜 그렇게 싫었는지 모르겠다.

내 기억에 그녀는 내 영화 리뷰를 좋아했었다. 그런데도 왜 그 말에 싫어졌을까. 어쩌면 나는 그녀가 내가 상상했던 영화 작가, 영화인의 모습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지나고 보면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는데 말이다. 이건 정치인에게 느낀 실망과도 비슷한 결이 있다. 혹은 친했던, 사랑했던 사람에게 느낀 실망과도 결이 같다. 아마도 그때는 사람에 대한 이상적인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 같다.


다시 1화부터 수정하고 있다.

클로드는 기존 1화보다 더 좋다고 평가했다. AI에게는 의견만 묻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AI에 대한 기대치는 이상적인 면이 없다. 즉 낮다. 하지만 업계에 스며든 AI는 두렵다. 영세 제작사 대표인 P는 내게 저작권을 갖는 법을 말했다. "AI에게 내가 원하는 기획서를 쓰게 하는 거야. 그리고 작가에게 주고 발전시키는 거지. 회사 기획작이니까 저작권은 내꺼. 즉 매절 계약을 맺으면 되는 거야."


AI가 메인 작가고 사람은 서브 작가로 만들려는 계획이었다. 작가인 내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죠.라고 대답만 할 뿐이었다. 앞날은 모르는 거니까.


CHS - One Summer Day (feat. mei ehara)

https://youtu.be/TgbaTs2D0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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