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흔한 사연

20120105 사진

by Chang

2012년 1월 5일 폰으로 찍은 사진



당시에 썼던 글


그녀가 너무나 오랜만에 그의 얘기를 들려준다. 전애인과 바람이 났던 그를, 혹은 그녀를 동시에 버린 그들이었다.

- 그에게 또 연락이 왔어.
- 뭐래?
- 그 사람과 곧 결혼한데.


그녀의 마음이 번져왔다.



2012년 1월 5일. 그녀가 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2012년에는 그녀의 사연이 독특하게 다가왔거나 흔치 않은 사연이었을 거다. 그러니 일기처럼 기록했을 거다. 아마도 몇 년 간은 그녀의 이야기를 내내 되새김질하기도 했을 거다. 하지만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녀의 사연이 다른 이들의 사연과 겹쳐지면서 흔한 사연이 됐을 거다. 그리고 그 사연의 주인공이 내가 되기도 했고.


정말 흔한 사연이었다.


누가 누구와 눈이 맞아 바람이 났다더라. 회사 유부남의 유혹에 넘어가 불륜 관계가 됐다더라. 상대의 적극적인 대시로 연애를 시작했으나 알고 보니 양다리였다더라. 또는 공시 준비 뒷바라지를 했으나, 합격 후 떠났더라. 반대로 오랜 시간 공시만 준비하는 자신에게 질려 떠났더라의 등등의 이야기. 언제부터인가 2012년에 들었던 그녀의 이야기는 흔하디 흔한 인간들의 이야기 중 하나가 됐다.


평범하게 살기.


매번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평범하게 살기>라는 걸 깨닫는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어떤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까란 궁금증이 나나 다른 이들에게 들 때가 있다. 평범한 부모를 만나는 게 아이들 인생에 엄청난 복불복 인생이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가을이다.


강가에 가면 낙엽이 떨어져 있다. 반바지와 반팔을 입기엔 무리인 날씨가 돼 가고 있다. 나는 겨울 태생이라 그런지 겨울이 좋다. 하지만 매해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그 계절이 섭섭하기도 하다.


나와 비슷한 환경으로 인해 번아웃에 시달렸던 A작가는 겨울부터 차기작 준비를 하겠노라 선언했다. 그리고 나는 도와주기로 했다. 이젠 나도 더 늦기 전에 웹툰이든 웹소든 구체적으로 써야겠다. 번아웃에 인생이 먹혀버리면 후회만 막심할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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