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05 사진
2012년 02월 05일에 폰으로 찍은 사진
당시에 썼던 글
조카와 안경점에 들렸다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친구와 만나기로 한 녀석을 혼자 두고 가긴 시간이 애매했다.
햄버거를 먹다 나는 녀석에게 무뚝뚝한 잔소리를 몇 마디 건넸다. 녀석은 "미안해요"라고 말하고는 고개를 떨구고 울기 시작했고, 어리고 어린 녀석의 눈물을 보는 것은 마음이 좋지 않았고. 나는 무뚝뚝한 낮은 음성으로 "친구한테 퉁퉁 부은 얼굴을 보이고 싶은 거니?"라고 말했고.
녀석은 안경을 벗어 눈물이 범벅된 안경을 닦기 시작했다. 늘 어설프게 안경을 닦는 녀석이라 나는 안경을 낚아채 닦아줬다. 어설픈 녀석의 행동 덕분에 안경은 더 뿌옇게 변해있었다.
나는, 나는.
장인처럼 녀석의 안경을 정성 들여 닦아 도로 건넸다. 곧 녀석은 친구를 만나러 갔고, 나는 303번 버스에 올라탔다. 오래된 버스인지 기사가 엑셀을 밟을 때마다 흰 당나귀의 울음소리가 '응앙응앙' 길게 울렸다.
집으로 오는 길에 누군가 흘린 혹은 버린 퍼즐 조각을 발견했다. 사진을 찍고는 문득 퍼즐 마지막 조각에 대한 미련과 집착, 꿈을 버리자 생각했다. 나는 길가에 흘린 혹은 버린 퍼즐 조각을 보면서 그렇게 다짐했다.
어리고 어렸던 조카는 이제 어른이 됐다.
조카는 그때나 지금이나 어쩌다 한번 울기 시작하면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군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도 눈물이 커다란 편이다. 꾹꾹 눌러 담아 울어서 그런 걸까란 생각을 해본 적도 있지만, 나나 주변 지인들을 봐도 그런 눈물을 본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어쩌다 조카가 우는 걸 볼 때면 눈물 크기에 놀라곤 한다.
조카는 여전히 어설프다. 어른인 척 굴지만 여전히 어설프다. 편부 가정에서 부족하게 자란 조카는 사춘기가 지난 후에는 오래전에 이혼하고 떠난 엄마의 존재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조카의 엄마도 궁금하지 않았는지 유치원을 졸업하던 날에도,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에도. 생일을 포함한 여러 기쁘고 기억할 만한 날에도 연락을 해온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조카가 어른이 되자마자 연락이 왔다. 조카와 연락을 하고 싶다며. 조카가 그리웠다는 말과 함께. 나는 조카에게 엄마의 연락처를 줬지만, 조카는 끝내 연락하지 않았다. 왜 연락하지 않았냐는 말에 "갑자기 찾는 게 이상해서"라고 했다.
퍼즐
2012년 2월 5일의 사진과 글을 보다 퍼즐 얘기가 나와 조금 놀랐다. 그때나 지금이나 퍼즐의 마지막 조각에 대한 집착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확실한 건 퍼즐을 나름 잘 맞춰왔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퍼즐을 든 순간 조각이 맞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억지로 끼워야 할지, 아니면 이 만 피스짜리 퍼즐을 처음부터 맞춰야 할지에 대한 고민. 그 고민이 2012년도에 있었다는 게 놀랍기도 했고, 이젠 미련을 좀 버리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란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를 이끌다 툭하면 번아웃에 시달리는 것보다는 혼자 오롯이 걸어가는 길로 말이다.
엔니오 모리꼬네가 참여한 영화 <Metti Una Sera A Cena> OST 믹스
https://youtu.be/C03l0H64Poo?si=CRxlWeiZgDINzwO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