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30 사진
2012년 03월 30일에 폰으로 찍은 사진
당시에 썼던 글
오늘은 이상하게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욕실에서 본 얼굴은 이틀 넘게 잠을 자지 못한 사람처럼 보였다. 너무나 푸석했고 얼굴도 퉁퉁 부어 있었다.
밤에는 스탠드 불빛에 기대 잔다. 어둠 속에서 나를 쳐다보는 눈빛을 느끼지 않고 싶어서, 내 귀에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기대 잔다.
스탠드 불빛에 기대 잠든 지 20년도 넘었다. 갑자기 시작된 가위눌림 때문이었다. 처음 가위에 눌렸을 때는 나만의 회피 방법을 찾지 못해 많이 고생도 했었다. 엄마는 그런 날 위해 용하다는 무당에게서 부적도 써왔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가위에 눌릴 때면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거나, 멀리서 속삭이는 말들이 들렸다. 현관 밖에서부터 구두를 신고 들어오는 누군가의 발걸음이 들리기도 했다.
처음 가위에 눌릴 때는 낯선 경험과 공포에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나는 '가위눌림'에 대한 가설과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한 상상+가설 중 가장 재밌는 버전은 차원의 통합이었다. 내가 가위에 눌릴 때는 차원이 개방되면서 과거와 현재, 미래의 문이 동시에 열린다고.
쉽게 말하면 내가 누워있는 방의 위치와 현재의 시간이 동시에 겹친다고. 그래서 여러 목소리가 들리고, 발걸음들이 들린다고 말이다.
이 상상은 상당히 재밌었다. 내가 지금 있는 방이 50년 전에는, 100년 전에는, 500년 전에는, 1000년 전에는 어떤 모습이었고 누가 살았고 혹은 어떤 나무가 자라고 있었는지를 상상하다 보면 끝이 없다.
- 공포스러운 순간을 재밌는 상상으로 정화한 셈이다.
지금은 가위눌림의 회피 방법이나 가위에 눌리지 않을 법 또는 조건을 안다. 1. 어둡지 않은 방 2.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잔잔한 음악이나 라디오를 듣기 3. 많이 피곤할 날은 가위눌릴 확률이 높으니 방을 밝게 하고 잠들기 등
10월은 뭔가 정신없는 달이다. 크고 작은 사건도 많고, 새로운 일도 시작했다. 피곤해도, 공허해도 하루에 2000자는 꼭 쓰기.
이렇게 브런치북 <Homesick-번아웃> 30화 연재가 끝났다. 과거의 나와 마주하면서 초심과 감성을 조금이나마 찾을 수 있었다. 다음 브런치북은 <Re + Life>다. 역시 과거의 나와 마주하면서 작업 얘기를 많이 쓸 생각이다. 브런치북은 날 치유하기 위한 일기장 혹은 고백서 같은 곳으로 계속 활용할 생각이다.
Chezile <Blue>
https://youtu.be/7jPExeV4Smk?list=RD7jPExeV4S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