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뱉다 15기 숙성반 목차를 한편의 에세이로 만들다
프롤로그, 세상 밖에 서 있던 아이, 그 문을 열다.
늘 불편한 곳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온 불청객이 되어 평생을 살았다. 아무도 나를 반기지 않는 것이 기본값이었고, 누군가 나를 환영하면 무슨 의도인지 의심을 하며 한발 뒤로 물러났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었지만 “사랑”이 뭔지 그 실체를 잘 알지 못했다.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무엇인지도 늘 막연했다. 부모님은 쇼윈도 부부셨지만 평생을 애증으로 서로에게 칼을 들이대며 사셨다. 하나뿐인 언니는 한번도 내 편이 되어준 적이 없으면서, 자신의 편이 되지 않는 나를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 다들 그러고 사는 줄 알았다. 집이 싫어 늘 밖으로 나돌았고 나에겐 모르는 사람들 속 낯선 곳이 오히려 편했다. 가족이 아닌 타인들은 불친절하기도 했지만, 내가 함께 하겠다 애쓰지 않으면 죽도록 괴롭히지 않았다. 그저 그렇게 세상에 내가 왜 있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채 그냥 살았다.
서른 여덟의 나이에 ‘사랑’ 빼고 모든 걸 다 해주셨던 엄마가 돌아가셨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로 사회로 떠밀려든 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삐걱거리다 홀시어머니의 외아들인 9살 연하남편과 덜컥 결혼했다. 그리고 그 때부터 진짜 인생이 시작되었다. 엄마의 죽음은 나를 원가족과 분리시켜 주었고, 결혼으로 새로운 가족관계를 만들어가며 비로소 나를 마주하며 뜨겁고 치열하게 ‘인간관계’와 맞부딪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나의 실체를 만나고 나를 알아가며 비로소 나로 살기 시작했다. 불청객이 되어 세상을 부유하던 내가, 진짜 “내”가 되어 세상을 만나게 된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본다.
첫번째 이야기, 부족함이 없던 시절 _ ‘사랑’이 없을 뿐이었어요
엄마를 찾지 않아요 : 누구든 나와 놀아주면 돼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밤하늘의 별들은 내 이야기를 들어줘요.
오늘은 내 생일이라고!! : 온동네 아이들로 가득한 집
엄마야? 아빠야? : 난 서울에 살 사람하고 살거야.
첫사랑 : 사랑은 꼭 가족에게 받아야만 하는 건 아니예요.
두번째 이야기, 가족에게서 멀어지기 _ 엄마가 불행한 건 나 때문이 아니예요.
세상은 넓고 만날 사람은 많아요 : 음주로 바쁜 나날들
어디서든 잘 지내요 : 집이 아니여도 딱히 불편하지 않아요
저는 돈문제에 관심 없어요 : 엄마카드만 주세요
왜 사람들은 겉과속이 달라요? : 술만 마시면 모든 사람에게 진심 구걸하기
꼭 결혼해야 하나요? : 절대 변하지 않을 사랑이 있을리가 없잖아요.
세번째 이야기, 한국이 아닐지도 몰라요 _ 내 자리가 있긴 한가요?
으슬으슬한 낯설음이 좋아요 _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다
제대로 낯설어보기, 첫번째 _ 스코틀랜드
제대로 낯설어보기, 두번째 _ 프랑스, 파리
함께 낯설어보기 _ 독일, 베를린
여기서도 낯설 줄은 몰랐어요 _ 스페인, 바르셀로나, 마요르카, 이비자
당신이 마지막 사랑이길 바랬어요 _ 영국에서 만난 부산남자
네번째 이야기, RESET _ 새로운 시작
도피 _ 필리핀, 마닐라
Come back home 1 _ 알콜중독 아버지와 신용불량 언니와 마주하다
Come back home 2 _ 내가 도망가지 않았다면 엄마에게 아무 일도 없었을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선에서 _ 홀어머니의 외아들 9살연하 남편과 결혼하다
내가 니 엄마라고 생각해라 _ 어머니와 아무런 스토리가 없는데 어떤 마음이 생겨야 하죠?
인륜과 천륜의 대격돌 _ 고부갈등에 등 터진 남편새우를 지켜라
아이에게 받은 사랑 _ 아이야, 너는 단 1의 거짓도 없이 나를 사랑하는구나!
다섯번째 이야기, Dance with us _ 함께 살기 위해선 룰을 지켜주세요
딸은 하지 못했지만 며느리는 합니다 _ 갚을 은혜가 없어 죄책감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시어머니는 모시지 않습니다 _ 우리는 함께 사는 가족 ”공동체” 입니다
얘, 오해하기 싫어서 그런데 말야 _ 그럼 궁금한 걸 그냥 물어봐 주세요
넌 내가 싫으니? _ 어머니, 싫은 것과 불편한 것은 다릅니다
내 삶에 순종하기 시작했더니 _ 생각지도 못한 주님의 역사가 이루어집니다
에필로그, 결국 사랑으로 치유되다 _ 아이의 사랑이 내면의 나를 깨웠다
작가소개
사람들과 잘 섞이지 못했다. 말길을 못 알아듣는 내 탓인지, 세상의 위선과 가식 탓인지 나는 세상의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바라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이, 엄카나 쓰는 한량으로 살다 죽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서른 여덟의 겨울, 무일푼으로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토끼굴에 떨어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세상에 홀연히 던져진 나는 생계가 무엇인지, 살아남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그제서야 겪어가기 시작했다. 9살 연하남편 & 홀시어머니로 묶인 결혼을 통해 ‘나’로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하면서, 내 아이의 눈동자에 비친 나를 향한 진짜 “사랑”에 치유받으며 나를 발견해 가고 있는 중이다. 2022년 올해 “앨리스”라는 필명으로 15기 쓰뱉러로 활동하며 진정한 글이쓰도인이 되어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