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고양이란?

노스님이 쏘아 올린 선입견(초등학생의 추억)

by 행하

33년 차 워킹맘인 나의 또 다른 이름은 캣맘,

즉 길아이들 밥엄마다.

원래 경상도 계집아이로 27년간 살았던 나는 고양이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쯤이었을 거다.

나의 단짝이던 진이네는 막걸리 도가가 있는 골목에 집이 있었다.

부모님이 장사를 하셔서 평일이면 그 집에서 놀기를 좋아했다. 그날도 진이랑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문밖에서 시주스님의 목탁소리가 들렸다.


진이는 익숙한 듯 흰색 나비-진이네 흰 고양이-를 한 팔에 끼고 바가지 가득 쌀을 담아 스님께 내밀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진이네가 독실한 불자패밀리였던 것 같다. 허연 눈썹의 노스님은 두 손을 합장한 채 시주 쌀을 바랑에 넣는 꼬마 보살에게 허리를 굽히셨고, 우리 둘은 괜스레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스님처럼 합장하고 허리를 굽혔다.


그런데 문제는 노스님이 허리를 일으키신 다음이었다. 스님은 진이 팔에 안긴 나비를 지긋이 보시더니 혀를 끌끌 차며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였다

"전생에 기생이었구나~!"

둘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서 서로 얼굴만 쳐다보는데, 스님이 그러시는 거다.

"전생에 기생이 평생 쥐 잡고 살아야 하는 고양이로 태어났으니 부처님께 속죄하며 살거라"


엄마야~~ 어쩌지!

우리 둘은 어린 마음에 전설의 고향 납량특집

보는 것처럼 무서워져서 스님 가시고 진이네 엄마가 오실 때까지 화장실도 못 갔었다.


짐작하겠지만 그 이후로 나에게 고양이는 그냥 요물이자 무서운 존재 그 자체였다.


그렇게 나이 들어 결혼하고 아이 둘을 낳고,

큰 아이가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고양이에 대한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어느 날인가 사무실에 있는 내게 아들이 손전화를

했다.

"엄마?"

"어, 웬일이니?"

평소 전화를 잘 안 하는 아이라 무슨 일일까 긴장하며 전화를 받았는데 수화기 너머 아들이 한참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연다.

"엄마 나 고양이 한 마리 키워도 될까?"

"뭐어~ 고양이 이~?"

순간 어릴 적 진이네 고양이, 노스님이 윤회설을 설파하신 그 고양이가 떠올랐다.

"웬 고양이야? 뜬금없이?"

"선배 부모님이 하시는 공장에서 밥 주던 고양이가 새끼를 네 마리 낳았는데 셋은 입양을 보내고 하나가 남았는데 어미가 돌보지 않나 봐. 그래서 내가 데려오면 어떨까 해서. 엄마 의견을 물어보는 거야. 안될까?"


나는 고양이가 싫었다. 아니 무서웠다. 히스테리컬 한 울음소리도, 사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동자도...

"하필 왜 고양이야~ 엄만 싫은데..."

"내가 잘 돌볼게~ 엄마 신경 안 쓰이게 그리고 엄마도 좋아하게 될 거야. 너무 귀여워~ 응?"

그렇게 아들의 설득과 회유(?)에 못 이겨 결국 우리 집도 반려묘 가정에 합류했다.

그렇게 가족이 된 고양이가 7살 찹쌀이다.


까칠 대마왕에 오빠바라기, 털뿜 일인자!

집에서의 별명은 이보다 더 많지만 어쨌든

우리 집 털가족 중 장녀가 되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물론 집으로 입성 이후 찹쌀이의 주된 양육자는 아들이 아닌 내가 되었다는 웃픈 결말!

덕분에 나는 고양이란 동물에 대한 선입견을 떨쳐내고 무지무지한 애묘인이 되었다.

세상 모든 고양이는 사랑스럽고, 고양이가 세상을 구한다고 믿을 정도로^^

그 이후 찹쌀이의 자매들이 하나, 둘 입양되어 나는 네 자매 냥이를 모시는 집사로 살고 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나머지 세 마리의 입양스토리도 올려볼까 한다^^


고양이집사라 오늘도 행복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엄마는 퇴직하고도 또 다른 일을 찾아서 할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