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제주 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 제주 4 · 3 사건을 다룬 김미희 · 정인성 · 천복주 작가의 <동백꽃이 툭,>을 다시 읽었다. 2024년 4월 3일에 처음 읽었고, 정지아 작가의 2022년 작품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은 직후인 2024년 4월 14일 저녁에 다시 읽었다. 1982년에 태어나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를 멀리서 지켜본 내가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을 몇 자 적어본다.
1. 4월 3일을 기리는 공식 명칭은 '4 · 3 희생자추념일'이다. 무장한 경찰이 무고한 시민에게 발포한 게 이 사건의 발단이었으니 '국가폭력'이 분명하고, 국가가 나서서 희생자를 추념하고 당시의 일에 대해 사과까지 했으니, 이 행사에 경건하게 참석하여 국민을 향해 머리를 숙이는 게 제대로 된 공직자들의 태도라고 할 수 있겠다.
2. 아쉽게도 나는 4 · 3 사건을 잘 알지 못한다. 책에서 몇 줄 읽은 것이 전부라 그 날 그 시간에 어떤 일이 있었고 그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이 그 후에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또한 사람의 일은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고 세상의 일은 더더욱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니 그때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다.
3. 반면에 2014년의 세월호와 2022년의 이태원 참사는, 모두 내가 살던 시대에 일어났던 사건이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멀리서나마 지켜보았다. 두 참사의 원인은 동일했다. 책임있는 자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고, 공직자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공직을 맡았기 때문에 일어난 참극이었다. 권력은 줄줄 샜었다.
4. 2014년의 세월호와 2022년의 이태원 참사는 그 경과 마저도 동일했다. 책임있는 자들은 국민들을 향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고, 참사의 원인을 있는 그대로 밝히지 않았다. 희생자들을 제대로 애도하지 않았고, 유가족들이 온갖 조롱을 받는대도 애써 모른 채했다. 권력을 써야할 때 쓰지 않고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
5. 1948년 4월 3일을 다룬 <동백꽃이 툭,>을 읽고,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와 2022년 10월 29일의 이태원을 떠올려보며 나는 몇 가지 다짐을 한다. 내가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든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는 살지 않겠다, 잘못을 하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과하겠다, 사람에 대해 그리고 세상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쉽게 이야기하지 않겠다.
삼가 제주 영령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