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시간은 유한하고, 자연의 시간은 무한하다.
유럽 대륙 저 멀리에 있는 섬나라 아이슬란드,
남미 대륙 저 아래에 있는 넓은 땅 파타고니아,
이 두 곳이 가고 싶어 이런저런 책을 살펴봤다.
맹민화 작가의 <ICELAND>는 사진집이다. 어반북스 출판사에서 펴낸 ‘레투어 Retour’시리즈의 4번째 책으로, 아이슬란드의 대자연과 도시의 정갈함이 작가의 슴슴한 사진으로 잘 박혀있다.
<세상의 끝, 파타고니아>는 KBS ‘영상앨범 산‘ 제작진이 2014년에 펴낸 포토에세이다.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숨이 멎고, 글을 읽고 있으면 그저 먹먹해진다. 대자연이 주는 선물처럼.
우리네 인간이 일생동안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번 돈으로 먹고 마시며, 이따금씩 과거를 돌이켜보는 정도 아닐까? 그 이상의 것을 인간이 할 수 있을까?
<길가메쉬 서사시>에 이런 문장이 있다. “당신의 손을 잡은 아이들을 돌보고, 당신 부인을 데리고 가서 당신에게서 즐거움을 찾도록 해주세요. 이것이 인간이 즐길 운명인 거예요. 그렇지만 영생은 인간의 몫이 아니지요.”
내 나이 올해 마흔 둘. 제 정신을 가지고 살 날이 30년 정도 있겠고, 운이 좋으면 10년 정도는 더 가능할 수도 있겠다. 물론 그 사이에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런저런 작별도 쓰라리게 경험해야 할 것이다.
나는 요즘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대단한 건 아니고,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갖겠다’는 장기 프로젝트다. 그리고 이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작은 실천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다.
사람의 시간은 유한하고, 자연의 시간은 무한하다.
남은 인생,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연의 숨결을 마시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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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8) 故 김산해 선생을 추모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