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인터뷰
언제나 저는 위인전보다 동네 친구들과의 술래잡기, 신기해보이는 가게에서 만난 사장님들과의 짧은 이야기들로 인생을 배워왔습니다. 불확실성과 불안함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삶의 형태가 세상 밖으로 더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우리 30분만 이야기합시다.
지금 이곳은 나미비아 스와코프문트 도시의 에어비앤비. 20도. 오후 3시.
언젠가 멀리 떠날 것 같은 그가 정말 저 지구 반대편에서 내 전화를 받았다.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웃고 있다. 많이 좋은가보다.
그가 자주 이야기하던 ‘여행’
‘여행’을 하고 있는 그를, 그곳에 있는 그를 담고 싶었다.
Q. 아주 오랜만의 여행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나.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다.
5년 전부터 꿈꿔왔던 아프리카 여행을 하고 있고, 현재는 나미비아에 있다.
여행하는 내 모습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는 요즘이다.
여기서 느끼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고, 또 동시에 힘든 여행지라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내 치부를 마주하기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꿈꿔왔던 것을 이루고 있는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동행들과 잘 여행하는 모습 또한.
이번에는 아쉬움이 남는 여행을 하고 싶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멋있게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다.
Q.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이 일을 하기 전과 후 삶의 변화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변화인가 궁금하다.
작년까지 프리랜서 사진작가 생활을 해왔고, 지금은 직장인과 프리랜서 사진작가를 겸업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는 사진 찍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사진은 18살 때 짝사랑하던 친구와 만나기 위해 그 친구가 준비하던 사진 공모전을 나가게 됐다.
같이 입상을 하면 시상식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실제로 우린 입상에서 만났고, 연애를 하진 못하고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진을 찍기 전에는, 염세주의자였다. 스스로를 형편없는 사람에 가깝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사진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험이 '내가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감히 이야기하면 사진을 찍게 되고 공모전에 수상한 날이 삶에 마일스톤이라고 생각한다. 날짜도 기억한다. 2010년 12월 18일.
Q. 어떤 것이 당신을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나.
첫 번째는 유한함.
나의 젊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하루하루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한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려고 한다. 고민하기보다는 추진력 있게.
두 번째는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다.
나를 이루고 있는 많은 부분이 여기서 파생된다.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싶어서 더 나아지려고 한다. 인정욕구와도 비슷하다.
물론 나를 찌질하게 만드는 순간도 있다. 그 마음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자연스럽고 멋있는 것 같다.
실망하고 기대하는 일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중한 마음이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니까.
Q. 반대로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장애물도 있나.
경제적인 요인과 불안함. 현실적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거나, 가족에게 어떤 일이 생기거나.
그럼으로 인해서 나의 것을 멈춰야 했던 순간들도 있었고,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의문을 많이 갖기도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면 선방했다 싶다.
Q.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우주는 점점 넓어지고, 그러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온도가 낮아져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더 차가워지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인간이 차가워짐에서 유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뜨겁게 사랑하는 것 밖에 없다는 문구를 어떤 웹툰에서 본 적이 있다. (*웹툰 - 이토록 보통의)
나이가 들수록 선택하는 방법이 소거법이 되어 가는데, 선택법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며 소거법을 추구하는 이유는 상처받기 싫고, 감정 소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랑, 일, 꿈, 여행과 같은 것에서는 소거가 아닌 선택법으로 살아가며 꾸준히 기대하고, 상처받고, 고양되기를 바란다. 좋아하는 것들의 좋은 면을 크게 여겨서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순수한 사랑의 형태들이 계속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없다면 스스로의 삶이 무의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우리도, 세계도.
반대로 변했으면 하는 것은 빠름을 추구하는 것.
여행을 하면서도 느끼는 게, 효율성이다. 늘 빠르게 효과를 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중요한 것을 잊곤 하는데 시간을 충분히 준다면 더 오래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 모두가 기다릴 줄 아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한다.
Q.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또 듣고 싶나.
하고 싶은 말은,
청소년학을 전공했다 보니 아이들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 자주 생각한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충분히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고 괜찮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기 위해선 내가 그렇게 살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증명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책임도 지는. 예전에는 여행을 하는 삶을 좇았는데, 지금은 흥미로운 것들을 끊임없이 찾고, 그걸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삶이면 행복할 것 같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는 안정적인 것을 포기해야 할 일이 많았다. 여기서의 책임은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
왜 나는 서른이 되었는데 돈이 없지?
왜 나는 불안한 걸까?
라는 물음들.
우리는 각자 선택한 길이 다른 것이고, 다른 사람의 노력을 비하하지 않는 것이 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삶의 방식의 선례가 되고 싶다.
듣고 싶은 말은,
최근에 꽂힌 단어 '건강한 허영심'을 갖고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다.
허영심을 각자 표현하는 부분이 다르다.
지식, 부, 명예 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
“상묵이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많아.”
나의 허영심은 사람이다. 임상묵은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보다 상묵이 주변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듣는걸 더 좋아한다. 그것이 나의 큰 자산이고 건강한 허영심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행을 떠나는 이유 중에 열등감도 있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
그래서 이번 아프리카 여행은 마지막 퍼즐을 찾은, 미션을 달성한 느낌이다.
이 여행을 마지막으로 무언가가 바뀔 것만 같다. 삶이 크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여행에 대한 내 생각은 많이 달라지고, 바뀔 것 같다. 그리고 스스로가 더 멋있어질 것 같은 느낌도 들어 기대된다.
올해 꼭 해보고 싶던 것 중에 하나가 나의 과거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다.
6월이 되면 만으로 30이 되는데, 나의 30년을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그 이야기에 어떤 이름을 붙여줘야 할지 고민이 많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미래 지향적이기보다는 과거를 되돌아보고 있는 중이다. 여행도 그 과정 중에 하나인 것 같고.
여행하며 잊고 지냈던 것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어릴 적 여행할 때 느꼈던 1차원적이고 단순한 정복감 같은 것들. 나 이런 것 좋아했었지.. 했던 잊고 지냈던 모습들을 다시 발견하는 요즘이다.
그와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면 어떤 안전지대에 들어왔는 느낌을 받곤 한다.
마음껏 뛰어 놀기도 하고, 엉엉 울어도 되는, 그런 작은 놀이터.
그 놀이터는 매일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는 매일 같이 그 놀이터를 청소하고 가꾼다. 누구든 언제든지 놀러올 수 있도록.
나는 그곳에서 사람들이 자주 쉬고 웃는걸 보았다. 어찌된 일인지 그의 허영은 밉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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