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소 Aug 18. 2022

튀어나온 못과 망치, 김대환

30분 인터뷰 - 김대환

언제나 저는 위인전 보다 동네 친구들과의 술래잡기, 신기해 보이는 가게에서 만난 사장님들과의 짧은 이야기들로 인생을 배워왔습니다. 불확실성과 불안함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삶의 형태가 세상 밖으로 더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우리 30분만 이야기합시다.



2022.05.06 15:00 화곡동 커피집




현재를 즐기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자주 들어왔지만, 그를 만나면 현재를 사는 사람을 처음 본 것만 같은 산뜻하고 강렬한 에너지를 받는다. 말 끝마다 "뭐가 더 필요해?"라고 외치는 것 같은 사람.

영화와 음식, 힙합과 타투. 좋아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자신만의 세계로 언제든 안내할 준비가 되어있는 것만 같았다.


태어날 때부터 살아온 동네, 그가 가장 편하다는 화곡동 동네 커피집으로 안내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네일해서 신난다는 그는 요즘은 어떤 시간을 누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나.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다.


올해 10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최근엔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려워진 것 같다. 나는 어떤 말이든 책임과 논리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마주할 때 힘든 것 같다. 또 모두가 살아가면서 가지고 있는 기준이 다 다르지 않나. 여러 기준들 중에서도 난 내 기준과 가치관에 확신이 있는 편이라 타인의 기준에 맞추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또 다양한 사람들을 품으며 지내고 싶고, 참 어렵다.



Q.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이 일을 하기 전과 후 삶의 변화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변화인가 궁금하다.


밥 만드는 일을 한다.

첫 직장으로 성수동 피자집에서 1년 2개월 정도 일하고, 퇴사한 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

처음엔 일도 사람도 낯설어서 적응이 쉽지 않았다. 막내였으니 샐러드 파트부터 파스타까지. 문어 샐러드, 카프레제부터 봉골레 파스타, 새우 파스타, 라구 파스타를 만들었다. 피자 반죽까지도 배웠다. 요즘은 일만 하다가 쉬니까 너무 좋다. 어렵게 일하다가 어렵게 쉬어서 더 좋다.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하는 시스템을 거를 순 없는 것 같다. 막내여서 주어지는 역할들이 여전히 있는데 계속 그 관습들에 반하고만 싶다. 그리고 또 든 생각. 나중에 내 가게 열고, 사장이 되면 달콤한 갑질을 잘 참아야겠다? (웃음)



Q. 변하지 않은 것도 있나.


훗날 나의 피자집을 차리는 내 꿈. 내 가치관. 가치관에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만 이건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지금 한 매니큐어도. 





Q. 어떤 것이 김대환을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나.


나아간다라. 난 지금도 충분히 좋다.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고, 좋아하는 형들이 있는 연남동 골목에서 있는 피자집 사장님이 되고 싶을 뿐이다. 동네 주민들이 와서 편하게 먹고 즐기는 곳. 내 마음대로 운영하는 가게. 

모두를 잘 받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그런 사람들을 계속 필요로 하고 찾는다. 그렇게 되려면 아직 멀은 것 같다. 공감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앞으로 나아가는 게 뭘까. 글쎄 지금은 잘 모르겠다.


나는 내가 스스로 튀어나온 못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왜?’라는 질문 없이 대중적인 행동과 문화에 숨어 사는 사람들은 박혀있는 못. 그에 조금이라도 반하고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하게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좋다. 



<스윙스 - 튀어나온 못> 가사 일부




Q. 본인의 인생을 드라마 본다면, 현재 이 시기는 어떤 부분인가? 



기승전결의 승. 문제가 생겼고 해결하는 과정인 것 같다.


시기 보다 크게 와닿았던 영화는 프렌치 디스패치. 마지막 장면인 편집장의 죽음을 유리창 안에서 봤을 땐 되게 슬프고 무거운 분위기였는데, 이상하게도 유리창 밖에서 본 그들의 모습이 되게 화기애애해 보이고 무겁게 느껴지지가 않았었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 같은, 유리창 밖에서 본 세상은 어떤 세상이던지 낭만 있어 보이고 아름다워 보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행복도 그곳에서 모방하는 면도 많다고 생각하고. 나다울 때 오는 행복, 진짜 나의 행복을 뭘까 자주 고민한다. 현재에 감사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


"네가 맞다!”라는 말을 듣고 싶고,

“유튜브 좀 그만 봐라!”라고 말하고 싶다.





Q. 정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들 “왜?”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봤으면 좋겠다. 어떤 말이던지 책임감과 논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를 포함해서 인간이라면 실수를 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실수하면 숨기거나 거짓말하지 않고 인정하고 솔직하게 사과하면 된다. 다들 꼭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인터뷰하면서 스스로의 모순적이고 이기적인 모습들도 알 수 있어 좋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는 길에 여느 때처럼 인스타그램을 키고 피드를 쭉 내렸다.

내 손안의 네모난 화면 안에는 누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뭐가 맞고 틀린 지 오늘도 여전히 수두룩 빽빽했다. 그 안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말하고 있나. 당장 눈앞에 보이는 급류를 내 물살로 착각하진 않았는지 잠시 내가 있는 자리를 살펴본다. 


할 수만 있다면 여기 블로그 작은 한 켠이 걸리적거리는 튀어나온 못 들을 품을 수 있는 연하고 넓은 나무 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모양을 찾아볼 수가 없어서 똑같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도록 말이다. 얼른 연남동 어느 골목의 피자집에 가고 싶다.



김대환 블로그 

매거진의 이전글 괜찮다는 한마디는 어떤 우주가 된다, 이정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