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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Ko Nov 18. 2021

바다가 보고 싶어 강릉을 갔을 뿐이다 (1)

언제나 그랬듯이 여행은 대책없이 떠나야 한다

늦은 밤이었다. 서울에서 스타크래프트 2 리그 경기를 보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간만에 집에서 나와 바깥 공기도 좀 쐬고, 좋아하는 게임이나 실컷 보고서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신도림역 플랫폼에 인천 방면으로 가는 1호선 전철을 기다리던 참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강릉이나 가볼까?정말 개연성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이었다. 사실 경기를 보면서도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핸드폰으로 강릉 가는 기차를 열심히 검색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짐도 챙겨나오지 않았고, 경기를 보고 기차를 타려면 밤늦게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 새벽 기차를 타야 했기 때문에 조금 망설이고 있었다.


신도림역에서 들어오는 인천행 전철을 떠나보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에코백에 담겨있는 보조배터리뿐이었다. 그래, 보조배터리가 있는데 무슨 상관이람. 넉넉하게 충전되어 있는 보조배터리라면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으리라. 칫솔이니 치약같은 건 다이소에서 사도 되잖아?이 생각까지 하고서야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청량리역 가는 소요산행 전철에 올라탔다.


우웅우웅. 옷 안 쯕에 넣어두었던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엄마였다. "집 들어가는 중이니?" "아니? 청량리역 가는데?" "갑자기?" "엉, 그냥 강릉가는 새벽 기차 타보고 싶어서 청량리역 가는 중이야." "어이구, 조심해서 갔다 와."

늘 그랬듯이 충동적으로 여행을 다니던 나였기에, 엄마도 이런 밑도끝도 없는 여행 계획을 자연스레 수긍하셨다. 여지껏 혼자 여행다닐 수 있었던 이유도 엄마의 긍정적인 지원이 컸다. 금전적인 지원은 해 주지 못하셨지만, 부산이든, 강릉이든, 광주든 충동적으로, 무턱대고 떠나는 여행에 몸 조심하고 잘 갔다오라고 해주는 덕담 덕분에 이 곳 저 곳을 미친듯이 싸돌아댕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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