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가 만들어지는 사람 간의 사이 1]
처음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나왔을 때, 정말 신기했다. 한 달에 일정 금액만 내면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아 이건 뜬다, 뜨지 않을 수 없다고. 당시에 넷플릭스의 어마어마한 자본의 공습은 한국의 미디어들이 경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옥자’라는 하나의 영화는 미디어 시장에서의 영화관이란 개념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촉매제가 되었고, 이후의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변화의 시작을 알린 것은 왓챠 등 넷플릭스와 비슷한 형태의 플랫폼들이었다. 그 후 급기야 전통적인 미디어들이 반응하였고, 전통적인 미디어 경쟁자들은 서로 힘을 합쳐 합작 OTT 서비스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구독이란 개념은 미디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사회 곳곳에서 구독을 자신들의 서비스와 접목하기 시작했다. 일정 금액만 내면 무제한으로 e북을 읽을 수 있는 ‘밀리의 서재’, 영양제를 정기 배송받는 서비스, 정기적으로 꽃을 배달해주는 서비스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구독이란 것들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구독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왜 이렇게 구독을 하는 것일까? 물론 정기적으로 받는다는 것은 정말로 편리하다. 그러나 이토록 모든 사회를 지배한다고 할 정도로 파급력이 커서 모두가 자신의 서비스에 접목시키고 소비자들은 그걸 소비한다는 걸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걸 이해하기 위해 나는 혼자만의 작은 상상을 펼쳐본다. 우리의 삶의 모습을 돌아보았을 때, 사람들이 하는 일이 상상 이상으로 많아졌고, 각자만의 취미와 시간들을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매장에 가서 고르고 하는 행위들을 할 시간들이 없어졌을 것이고, 배송이란 시스템이 극도로 발전하다 보니, 굳이 현장에서 구입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의 수요도 한몫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렇기에 이 소중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 구독하는 편리함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나만 해도 옷을 고르는 것이 귀찮고 옷을 사러 매장으로 가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감으로 느낄 때가 많다. 인터넷으로 옷을 사려고 해도 일일이 검색을 해보고 치수를 사야 한다. 그런데 나의 신체나 내가 원하는 스타일에 대해 적기만 하면 알아서 옷을 골라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그럼 굳이 내가 스타일링을 신경 쓸 이유가 있을까? 신경 쓸 시간에 다른 일들을 더 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걸 이용해 볼까? 많이 고민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이젠 내가 큰돈 들이지 않고도 경험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구독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내 것이라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된 것 같다. 굳이 내 것을 가질 필요가 없거나 금방 금방 교체가 가능한 시대에 소유하고 있다는 건 얼마나 소중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이젠 공간도 공유한다고 한다. 나의 것보다는 우리의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분명 이건 편리하다. 하지만 무언가 인간미를 상실해 가는 것 같다. 나는 잘 모르겠다. 이게 정말로 우리에게 좋은 것인지 아님, 물건에 대한 애착을 할 필요가 없어 감성과 추억을 느낄 수 없는 게 되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의 변화를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2020. 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