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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Jun 19. 2021

중소기업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착각

중소기업 복지 어디까지 해봤니?

이 글은 <중소기업이니까 그래도 된다는 착각>의 후속 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가장 다른 것을 꼽아보라면 바로 시스템, 임금, 복지가 아닐까 싶다. 중소기업은 애초에 보유하고 있는 재원이 대기업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격차를 극복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중소기업 대표님들은 "우리는 중소기업이니까 대기업처럼은 못 해"라고 스스로 포기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회사가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를 해도 그 마음에는 변화가 생기기는 쉽지 않다. "중소기업의 영업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 줄 알아? 돈 벌었을 때 열심히 아껴놔야 위기가 오면 버틸 수 있는 거야."라며 당위성을 제시한다. 누가 그 말에 반기를 들 수 있을 것인가. 정확히 얼마를 벌고, 얼마가 남고, 얼마를 비축하겠다는 건지 직원에게 알려줄 의무는 없다.


대표님의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중소기업의 영업 상황은 항상 외부 요인에 쉽게 흔들리기 쉽기 때문에 불필요한 지출은 줄여가면서 잘 핸들링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불필요한 지출'이라는 것에 어떤 것들이 포함되는지는 전적으로 대표님들의 마인드와 철학에 달려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안전이나 복지, 처우, 환경 개선, 운영비가 불필요한 비용인지, 대표자의 외제차와 골프채, 자녀의 노트북, 유학비가 불필요한 비용인지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대표자의 몫이다. 정말 회사가 어려울 때는 대부분의 직원들도 피부로 느낀다. 그런데 입으로만 하소연하며 뒤로는 개인과 가정의 복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 어지간히 눈치 없는 사람이라도 바로 알 수 있다. (대표자 스스로만 그 사실을 모를 뿐)

   



위 링크의 글에서 우리 회사만의 rule book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했었다. 이 것은 회사의 생활을 규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나, 직원의 의무보다는 직원의 혜택(=회사의 의무)을 중심으로 작성이 되었다. 우리 회사도 처음에는 당연히 복지가 전무했다. 유일하게 중식을 제공하는 것뿐. 하지만 계약서와 규정집에 항상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복지를 조금씩 업데이트하겠노라고 "문서로" 약속을 했다.


2018년에 회사가 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을 하고, 어느 정도의 매출과 수익을 얻으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이 근무 환경 개선과 복지 제도 업데이트였다. 가장 먼저 좁디좁은 첫 사무실을 떠나 2배 이상의 면적을 가진 사무실로 이전을 하며, 각종 업무 환경을 개선했다. 안마 의자, 스타일러, 휴게 공간, 방음되는 회의실 등 직원들이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것들을 중심으로 개선을 했다. 그와 더불어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될만한 복지 및 인센티브 제도를 개선했다.



■ 인센티브

당기 순이익의 15%를 모든 직원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연봉에 따라 비례하긴 하나 지급 퍼센트는 전 직원 동일하게 지급된다. 2020년처럼 코로나로 인해 회사가 적자를 기록하여, 부득이하게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약간의 특별 보너스 개념으로 지급하기는 했으나 그전까지는 약속한 비율에 따라 철저히 이행하였다. 또한 영업 인센티브, 전 직원 평가로 선발하는 우수 사원 인센티브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 중식대 제공

이걸 복지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한 감이 있으나 직급 관계없이 밥 한 끼 눈치 보지 말고 먹자는 취지로 창업 첫해부터 도입하여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직원이 많아져 이제는 다소 부담스러운 금액에 이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점심 한 끼 제공해주는 게 힘들 정도가 되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


■ 경조사 / 기념일 지원금

이것은 누구가 다 하는 것일 테지만 경사(결혼, 출산, 칠순)와 조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50만원~100만원 지급한다. 생일과 명절 상품권 지급과 더불어 우리 회사의 자랑거리 '어버이날 효도 지원금'을 부모님 통장에 직접 송금하여 부모님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 청년 내일 채움 공제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청년 내일 채움 공제 가입. 이것은 딱히 우리 회사만의 혜택은 아니지만, 한 달에 회사 부담금 20만원은 적지 않아 다수의 중소기업에서 시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우리 회사에서는 5~6명 정도 가입이 되어있어서 월 100만원씩 꼬박 지출되고 있지만 좋은 인재를 오래 다닐 수 있는 안전장치 같은 제도여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 자기 계발 지원금

월 5만원 한도로 업무 연관성과 상관없이 자기 계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해주고 있다. 예전에는 야근이 많아 많이 이용하지 못했으나 최근 자율근무제 이후 야근하는 일이 대폭 줄어들어 많은 직원들이 활용하고 있다. 기타 레슨, 댄스 레슨, 영어강의, 골프레슨 등 다양한 장르의 자기 계발 진행 중이다.


■ 장기근속 포상

중소기업 특성상 오랜 시간 머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3년 이상 / 5년 이상 / 10년 이상 근속자들에게 다양한 포상을 제공하고 있다. 3년의 경우 순금 3돈 / 5년의 경우 순금 5돈 + 유급 휴가 + 휴가비 / 10년 순금 10돈 + 유급 휴가 + 휴가비.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근속자가 많고, 금값이 미친 듯이 올라 회사 통장이 휘청한 상태이다. (5년 근속 직원인 창업 멤버들에게 진심으로 읍소를 해볼 생각이다.)


■ 넥스트 펀딩

차량 구입, 월세 보증금, 전세 보증금, 결혼 자금, 주택 매입 등 생활에 꼭 필요한 항목에 한하여 약간의 자금을 저렴한 이자로 대출해주고 원리금 분할 상환으로 부담 없이 갚을 수 있는 제도이다. 무제한 대출이 아니고 최대한도를 정해놨기 때문에 아주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은행에서 빌릴 수 없거나 부담되는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제도로 적지 않은 직원이 이용하고 있는 제도이다.


 



중소기업에 입사를 하면서 대기업의 처우를 바라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 정도는 다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자들이 중소기업이니까 안된다는 편견을 스스로에게 씌울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니까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각자 회사의 사정에 맞게 적은 비용이지만 직원들에게는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자신들만의 아이디어를 실현한다면 대기업 못지않은 만족도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도 현재 상황에서의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 정도의 복지 제도를 실행하는 데에도 꽤나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다른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서라도 이 제도를 꾸준히 유지하여 결국 좋은 인재들을 우리 회사에 오랜 시간 머물게 할 수 있다면 결코 큰 비용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 회사의 성장 속도나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하여 조금씩 복지 제도를 업그레이드해 나갈 예정이다. 안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어떤 걸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게 더 쉽고 빠른 길임을 중소기업의 대표님들이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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