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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 작가 진절 Jul 10. 2024

반백살의 나잇값이란?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들처럼...

이제 50의 위치에 다다르려고 하니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지배한다. 40대가 되던 시기에 이렇게까지 혼란스러웠던가? 30 때는 말할 것도 없이 아무 생각 없었게 확실하다. 아무튼 백세 시대에 평균 인생의 절반을 살았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는 시간임은 분명한 것 같다. 조그만 일 하나에도 반백살이라는 나이에 항상 대입을 해보게 된다.


'반백살에 이렇게 하는 게 맞아?'

'반백살에 이거 해도 되는 거 맞아?'

'반백살에 이런 게 잘 어울릴까?'

'반백살에 남들이 손가락질하지 않을까?'

'반백살에 나잇값 못하고 그 꼴이 뭐냐?'


<반백살>이라는 키워드가 사람에게 주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것은 인정한다.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왕성한 시기를 넘어섰다는 것을 부정할 이는 없을 것이다. '반백살은 이래야 해'라는 매뉴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사회적 통념을 기준으로 잘잘못을 가리기엔 좀 억울한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 


지금의 반백살 zone에 들어간 대략 70년 대생들의 특징이라면 디지털 세상의 시작점을 함께 했기 때문에 사실 지금의 급변하는 세상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 세대이다. 요즘 노인 세대에 이슈가 되고 있는 매장 키오스크 이용은 물론 스마트폰으로 온갖 금융, SNS, 게임 등 거의 대부분의 50대들은 현재 시대의 변화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느끼는 세대는 아마도 60년대 생 & 60대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60년대생 & 60대도 전혀 불편함 없이 잘하시는 분들이 많다)


퍼스널 컴퓨터와 PC방이 한창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 70년 대생들이 대학을 다닐 때였기에 디지털 세상으로의 전환에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 또한 개인용 핸드폰과 스마트폰 등이 나올 때 70년 대생들은 사회의 중심이었기에 모바일 세상으로의 전환도 PC와 마찬가지로 아주 쉽게 적응을 할 수 있었다. 그런 자신감과 경험으로 지금 현시대의 주류 문화인 SNS나 AI 등의 새로운 문화에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최근에 인스타그램에서 만든 Thread라는 SNS는 트위터(현재는 X로 바뀐)의 대항마로 새롭게 출시한 소셜 플랫폼인데 거기에 보면 진짜 50대들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 (트위터와는 분위기가 아예 다르네.. 인스타 하고도 다르고..) 그런 글들을 보면서 또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 제발 (구)트위터처럼 그렇게 이상한 소셜 플랫폼으로 바뀌지 말길..




40대 후반, 이제 거의 50을 목전에 두고 있는 올해 1월 28일. 몸무게 89kg(키는 177.5cm)를 찍고 충격을 받았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은 '와.. 이 나이에 내가 예전처럼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까?'였다. 10년 전 17kg를 감량하며 다이어트에 성공했던 기억이 이미 희미해져가고 있었고, 체력적으로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예전의 나처럼 또 무기력하게.. '어차피 안될 거야..'라는 생각이었다면 그냥 생각만 하고 있었겠지만 이번엔 굳게 마음을 먹었다. 일단 밖으로 나갔다. 런닝화도 없고, 모자도, 런닝복도 없었다. 그냥 후드집업에 추리닝 하나 대충 챙겨 입고 일반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뛰는지 걷는지도 모를 그런 런닝을 했고 9분 47초 페이스로 1회차 런닝을 마감했다. (이것은 런닝인가, 산책인가)


그렇게 형편없이 시작한 런닝이 7월 7일 어느덧 45회차를 맞이했고 지금은 저렴하지만 런닝화와 런닝복도 마련해서 나름 제대로 하고 있다. 최고 페이스는 5분 55초, 평균적으로 6분 15초~30초 정도로 5~6km를 달리고 있다. 처음엔 주 2회였지만 지금은 주 3~4회 런닝을 최근엔 복싱까지 시작해서 시간 날 때마다 땀을 흘리고 있다. 


89kg이던 몸무게는 6개월 만에 79.7kg까지 내려갔다. 80의 벽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 나이 먹고 안될 거라고 생각했던 그 꿈의 무게가 현실이 되었다. 요즘 인스타나 SNS에서 유행하는 옷들 중에서 그나마 나이랑 관계없이 입을 수 있는 옷들을 구매해서 입고 다닌다. (너무 심한 Young 패션은 제외하고.. 무난한 걸로) 혹여 내가 못 입을 옷들은 나와 키가 똑같은 두 아들들에게 강제로 입히면 되기 때문에 일단 사고 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나이를 거스르는 일이 아니라 편견을 깨는 일이다. 누구나 자신의 상황 안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면 남들과는 다른 결과를 얻게 되는 평범한 진리가 눈앞에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나이를 핑계 대고, 체력을 핑계 대고, 시간을 핑계 대고, 상황을 핑계 대고 늘 그러고 있을 뿐이다. (물론 나도 작년까지는 그래왔다고 자백함)


나이, 성별, 재산, 건강, 체력 등 그런 조건 다 떠나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한 발을 내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게 가다 보면 산으로 갈 수도 있고, 바다로 갈 수도 있고, 늪에 빠질 수도 있지만 그게 두려워 가만히 있는 게 훨씬 멍청하고 바보 같은 것이다. 


동지들이여! 지금 바로 당장! 신발을 신자! 그리고 밖으로 나가자! 세상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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