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엠 저리킴 Nov 18. 2024

나의 창업 일지 02. <지옥에서 사옥까지>

#02. 창업은 예고하고 오지 않는다


정말 모든 것이 꿈인가 싶었다. 아니 정확히는 꿈이기를 바랬다. 그리고 또 꿈이 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잔인하게도 그것은 꿈이 아니었고 냉혹한 현실이었다. 그렇게 창업은 바람처럼 내게 다가왔다.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를 등지고 창업을 하게 된 것은 그 녀석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 녀석이 내 귓가에 달콤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해도 내가 회사에 애정이 있었다면 그냥 흘려들었겠지... 내가 그 녀석의 제안을 확인도 안 하고 덜컥 수락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었다.


그 녀석의 회사에서 3억원이라는 큰돈을 투자한다고 했고, 나는 3억이면 최소 1년 정도 자리 잡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녀석에게는 지분의 30%를 제공하기로 했다.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사업 계획을 준비하여 발표를 하자 녀석의 얼굴에 묘한 변화가 생겼음을 느꼈다.

그렇게 일주일 만에 그 예감이 적중했음을 확인하게 되었고, 나는 망망대해에 엔진도 없는 통통배를 끌고 혼자서 항해를 해야만 한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미 되돌릴 수 있는 길은 다 끊어진 상태였고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그저 앞으로 앞으로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급하게 아파트를 담보로 1억원의 대출을 받아 출발은 했지만 제대로 된 연료도 없이 앞으로 나아갈 리 만무했다. 배는 왼쪽, 오른쪽으로 끊임없이 부딪히며 상처만 가득 남은 채 난파 직전의 상황에 이르렀다.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었고 그 외로움과 두려움은 극에 달했다.


숙면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내가 불면증을 달고 살았다. 어쩌다 간신히 잠이 들기라도 할라치면 꿈속에서는 온갖 종류의 괴물들이 나를 쫓아왔고, 겨우 따돌렸나 싶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면 어느새 나는 감옥 속에 흉악한 죄수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흘렀고 회사는 어느새 1.5억의 손실을 입은 상태였다. 신용보증기금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자금을 받아서 사용하여 간신히 연명하던 중 후배 C에게서 연락이 와서는 부산에서 열리는 조그만 프로젝트를 도와달라고 했다. 


돈은 못 벌어도 회사는 무진장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작은 기회도 놓치고 싶지 않은 나는 모든 것을 걸고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직원들의 반대가 심했기에 최소한의 도움을 받으며 나는 결국 그 작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였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잘 마치고 회사로 복귀한 나는 2개의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첫 번째 위기는 회사의 가장 중심이 되는 직원이 과중한 업무를 견디지 못하고 잠적을 해버렸다. 두 번째 위기는 회사가 6개월 동안 공을 들이며 준비했던 프로젝트가 어느 날 갑자기 취소되어버렸다. 2개 모두 초대형 사고였다. 지옥의 문턱에 발끝을 살짝 담그는 순간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