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속으로
시내에 있는 작은 오피스텔 10평이 되지 않는 그 작은 공간은 원목으로 된 작은 침대와 화이트 톤의 분위기, 여기저기 놓여 있는 작은 소품들로 가득하다. 짧은 커트 머리에 그레이 색으로 염색한 그녀는 털털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작고 귀여운 걸 좋아한다.
맞춰놓은 알람은 항상 소용이 없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지는데 무슨 병처럼 느껴지는 강박이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그라인더에 좋아하는 과테말라 원두를 안간힘을 쓰며 갈아 낸다. 선반장에 전동그라인더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직접 손으로 갈아 내는 걸 보면 그녀의 성격은 지독한 면도 있을 것 같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 그제야 잠에서 깨어날 수 있다. 빈속에 마시는 커피야말로 카페인을 100% 흡수시켜 온몸에 신경을 자극시킨다. 커피잔을 무심히 책상 위에 올려놓고 컴퓨터를 켠다. 안경 콧대를 살짝 밀고 파일을 연다. 어제부터 편집장 언니의 독촉 전화가 시간마다 오는 걸 더는 견딜 수 없다. 때마침 전화벨이 울린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그녀 전화가 안 오니 섭섭하던 찰나에 전화벨이 울렸다.
“작가님, 밤새 왜 연락이 안 되세요, 일어나신 거죠?”
“언니~ 작가님이라고 좀 하지 마!~ 닭살 돋아, 저 지금 컴퓨터 켰어요, 다 되면 연락드릴게요~.”
전화기를 들여다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8시밖에 안 됐는데, 이 언니 잠을 자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
“어 그래그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 빨리 넘겨~ 이건 끝나면 술이나 좀 마시자. 온몸이 뻐근해. 요새 술이 고프다 고파.”
“언니 나도, 알콜이든 커피든 뭐라도 마셔서 제정신 아니게 만들어야 할 것 같아. 아무튼 나 끊어요~”
“어어. 그래 끊는다.”
전화를 내려놓고 서둘러 손가락을 밀어 전원을 껐다. 그녀는 무리하지 말고라는 단어를 무리 좀 하라고 다시 수정하기 위해 연이어 전화를 걸어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렸는지도 모르게 창밖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져 있다. 타 놓고 잊어버렸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 위에는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전화기의 전원을 켜 편집장 언니에게 메일을 보냈다고 문자를 넣었다. 시계를 보니 pm 8. 이제야 허기가 급격하게 몰려왔다. 냉동실에 있던 순대를 조금 나눠 데워놓고, 로마네콩티를 한잔 따라 마신다. 창밖으로 비추는 밤의 조명들이 조금은 따듯하게 느껴졌다. 저 높은 건물에 불이 켜진 건 그곳에서 이 시간까지 일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지독하게 풍기는 알콜 향이 마취제라도 되는 듯 한잔을 마시고 이내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