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가지 주제가 정해지면 바로바로 글의 내용이나 아이디어, 영감 같은 게 팍팍 떠오르는 그런 천성적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쓰고 싶은 주제나 그때그때 떠올라서 적어놨던 단어나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여서 내 글들은 완성된다. 흔히 말하는 초고는 초등학생도 안 쓸 만한 유치한 내용의 글들이 허다하다. 글에 서두는 없고, 단어의 맞춤법은 틀렸으며, 앞에서 했던 이야기를 뒤에서 또 적어 놓은 글들이 대다수다. 끝맺음을 맺지 못하고 하하하하 웃어 남긴 글들이 몇 개보일 때는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듯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어려운 일기장이라고 하면 그 글이 나의 초안이다.
그래도 이 아이들이 나의 밑천이자, 보물들이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메모를 하거나 떠오르는 단어, 글을 적어 놓는 게 습관이 되었고, 모아놓은 모음 자음의 조합들은 통장에 쌓인 숫자들만큼의 값어치를 한다. 이렇게 모아놓은 글들을 찬찬히 읽다 보면 연관되어지는 이야기. 이런 글들을 나만의 거미줄 같은 루틴으로 짜깁기를 해놓는다. 글들을 쭉 나열해 놓으면 어느 부분이 앞으로 가고 뒤로 갈지 가닥이 보인다. 거기에 중복되는 이야기들은 빼놓고 기본적인 뼈대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이 뼈대에 지금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넣어놓는다. 이렇게 끝을 내면 좋은데 이놈의 내 성격이 문제다.
글을 다 쓰고 나면 맞춤법 검사를 돌린다. 어릴 때부터 맞춤법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고 내가 모든 맞춤법에 능통한 것도 아닌데 유난히 틀리는 게 싫었던 것 같다. 글들 밑에 보이는 빨간색 실선이 나를 질책하는 것 같아서 더 유난을 떠는 것도 같다. 이렇게 맞춤법 검사까지 돌리고 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고 써놓은 글을 소리 내서 읽어 보며 읽는데 불편한 부분들까지 잡아내고 나야 나의 글쓰기 정리가 끝이 난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을 쓴다는 것은 우리 집에 손님이 오셨을 때 상차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