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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형 Jul 18. 2023

[콘텐츠 분석] 뿅뿅 지구오락실(3)

키워드를 선정/분석해 보는 비욘드 더 예능 '지구오락실' 유니버스 편

TV는 2D매체일까? 평면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우리는 편집이라는 임의적 조작을 거친 화면을 보게 된다.

X, Y축으로 그려진 평면의 세계이지만, 임의로 창작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아니고서야.

TV예능에 출연하는 인간/인물은 인격을 가진 자아로써 각자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문학시간에 배웠던 평면적 인물과 입체적 인물이라는 개념처럼.


플랫폼의 다양화로 인해 매체에 등장하는 인물의 캐릭터가 각 매체별로 서로 다른 인격을 갖게 되고 그 캐릭터가 서로 크로스플랫폼이 되며 유니버스를 뛰어넘는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요소가 TV프로그램에 접목된 대표적인 예능이 바로 '지구오락실'이며


그 중심에는 출연자 '이영지'(a.k.a 유니버스 타노스)가 있다.

그에게 유튜브가 아닌 TV프로그램에서의 친정은 '지구오락실' (출처 : tvn 유튜브)


이런 크로스플랫폼 형태의 캐릭터 이동은 전통적으로 영화에서 TV로 같은 형태로 옮겨오는 형태가 다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그 실제 배역의 인물의 실제적 인격보다도 영화 캐릭터 모습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레거시 미디어(영화도 일부 포함한다는 가정)에 비해 캐릭터에 대한 개방/접근성이 높은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생성되는 캐릭터(인격)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실제 인물의 인격과 캐릭터의 인격 간의 갭(gap)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거부감이나 차이에 대한 이질감이 적은 것 같다.


동일시라는 건 아니지만,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라는 개념보다. 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실제 인격 중 하나쯤이라는 느낌정도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뉴미디어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여도 캐릭터 생성과정이나 의도에 따라 구분되는 경우도 있다.


(적합한 예시 : 기안(땡땡84), 김선태(충주시 홍보맨)) - 실제 인물의 유사 성격에서 착안된 캐릭터

(부적합한 예시 : 다나카(김경욱), 99대장 나선욱(나선욱)) - 캐릭터 자체를 창조하여 연기하는 경우


지난 [콘텐츠 분석] 뿅뿅 지구오락실(2)에서 언급했듯. 뉴미디어로 인해 생겨난 뉴미디어의 자아가 레거시 미디어에 적용이 될 때. 사람들의 인지에 혼란이 오는 것이 아니라 분리되어 인지가 되는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일반인으로 시작해,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써 대표가 되는 이영지야 말로. 본투비캐릭터 그 자체로써 지구오락실에서 가장 많이 유니버스를 파괴(?)하는 인물인 것이다.


'지구오락실1'에서 구글 텍스트 검색을 이용해 기존의 '낙오'게임을 완전히 깨버린 MZ출연자들 (출처 : tvnD 채널)
'지구오락실2' 6화에서 게임 시작 전 '출연자'가 '연출자'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장면 (출처 : 시리즈온 결제하고 직접 화면 촬영)


'지구오락실2'는 누가 뭐라하더라도 TV채널 tvn의 TV예능프로그램이다.

다만, TV프로그램 속에 뉴미디어의 캐릭터를 가져와 TV예능 속 경계선을 깨부수고 있는 중이다.


상기 '지구오락실2' 6화 장면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선'을 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제작진을 향해 진행할 게임을 미리 언급하여 제작진을 당황하게 하고 거기에 덧붙여 지적(비판)하는 모습이다. 

 

물론 기존에도 신서유기를 예로 들어 출연자들이 나영석PD가 하자는 게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거나 티키타카를 하는 모습이 있었으나 이 부분은 그것들과는 분명 사뭇다른 뉘앙스가 있었다.


굳이 구분하자면, 신서유기 출연자들의 불만은 그것조차도 방송 분량을 뽑기위해 연출진과 밀당을 하는 모습이었다면. '지구오락실2'에서의 이영지의 행동은 기성 방송에서 진행하는 나영석PD의 게임들의 반복성과 구성에 대해 TV를 보고 있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의표를 찌르는 듯한 행위였다. 


이런 부분은 단순히 편집이나 나영석PD의 행동에 의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출연자들이 어떤 행동을 할까?'라는 관찰 도중 뉴미디어의 캐릭터와 레거시 미디어의 연출이 화면 안에서 충돌하고 있는 양상인 것이다.


신서유기의 은지원이 옆에 있는 나영석PD에게 비아냥대는 것은 같은 평면 안에서 일어나는 연출이지만, 이영지의 행동은 나영석PD와 자기 사이에 있는 벽의 문을 열고 다가가 소리치는 것 같았다. 앞서 말한 X, Y축의 화면에서 갑자기 Z축이 생겨난 것이다.


TV속에서 유니버스를 뚫고 나오는 이영지 (출처 : 직접 만듬)


나영석PD가 깔아놓은 '지구오락실'이라는 평면 필드에서 '이영지'는 종속 변인에 영향을 끼치는 입체적 독립 변인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이러한 행동의 자연스러움은 그녀가 TV이전에 가지고 있는 뉴미디어상의 자유분방함과 의표의 의표를 찌르는 틀을 깨는 행동이 어색함 없이 플랫폼을 넘어 적용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플하게 정리하자면 시청자도 되고 출연자도 되는 하이브리드 양자역학 원자가 관찰을 하는 순간 평면을 입체로 바꿔 놓은 것이라고나 할까나?

"영석아! 나 영진데! 우리 이제 게임하자!" (출처 : tvn오피셜 채널)

선은 안에서도 넘고 밖에서도 넘고 있다.

그들은 화면 밖에도 있고 우리가 보는 시점 옆에도 존재한다 (출처 : 이영지 유튜브, 채널 십오야 채널)

'지구오락실'은 단순히 입체적인 캐릭터 뿐만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에 적합한 콘텐츠 재생산에 대한 방법론적 접근을 다양화(입체화)하였다.


특히나 지난번 시즌에 이어서 멤버 안유진이 소속된 그룹 아이브의 노래를 이용한 숏츠를 제작하였고. 본방이 끝난 뒤 유튜브 플랫폼을 이용한 생방송 리뷰를 통해. 비하인드 스토리는 물론 콘텐츠의 풍부함을 더했다.


방위(방향)적으로 표현한다면. 재생산된 숏츠는 TV를 뛰쳐나온 Z축 콘텐츠이고. 리뷰 콘텐츠는 시점적인 방향을 시청자 옆에 같이 앉아서 "재밌었어? ㅎㅎ 그때 이랬는데 ㅎㅎ 내가 봐도 재밌더라 웃기지? 응?" 하는 그런 시점인셈이다.


리뷰 라이브도 HIT!, 아이브 노래 숏츠는 조회수가 2천만을 넘기는 메가히트를 쳤다. 이 모든게 연출자 시점에서 전부 계획된 부분이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이것 또한 OSMU라고 한다면. 이만한 가성비가 또 어디있겠는가? 


플랫폼을 넘고 콘텐츠를 넘고 재생산까지 마치 무한 거울이 복사되는 듯한 느낌이다 (출처 : 직접 만듬)


지구오락실 분석 3부작을 캐릭터, 연출자, 선 넘는 유니버스를 주제로 바라보았다.

사실상 위 3가지 요소가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지금과 같은 성공적인 비욘드 더 예능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단순히 내용의 연출뿐만 아니라 콘텐츠가 소비되는 방식과 그 방식에 걸맞는 새로운 제너레이션을 발굴한 과정 자체가 뜻 깊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이번 편에서 핵심 키워드였던 이영지의 경우 하이브리드가 가능한 유니크한 캐릭터임에 분명하다. 다만 앞으로 이러한 하이브리드형 캐릭터들이 등장함에 따라. 시청자들은 이러한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매체에 따른 스토리라인이나 깊게는 밈(meme)등을 모를 경우. 이해도나 재미가 반감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TV예능이나 프로그램의 연출자들이 고민해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이런 입체적이고 다면화된 캐릭터를 가진 출연자들을 사전 지식이나 스토리라인을 모르더라도 위화감없이 시청자들에게 이해시키고 또 그 캐릭터을 십분 이용할 수 있는 그런 필드를 콘텐츠 안에 만들어주는 것이 과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앞으로 10년을 동행하겠다는 나영석PD의 '지구오락실' 시리즈가 과연 빠른 세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어떻게 변모해 나갈지를 기대한다.




[작가의 말]

부족한 첫 번째 분석 시리즈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분석글과 다양한 글 콘텐츠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내용이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댓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준형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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