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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형 Jan 03. 2024

[사업단상] 9년 차 중소기업의 새해를 열며

한 해 한 해가 두렵지만 사업은 해 단위로 끊기는 게 아니라는 사실

2023년이 끝나고 2024년 새해가 밝았다.

2016년에 시작해 벌써 9년 차. 이제는 관성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닌가 싶은 우리 회사는 잘 가고 있는 걸까?


기업의 영상을 외주 제작하는 우리 회사는 그리고 사장인 나는 올해를 마무리했다는 기쁨보다는 새해에는 일이 많이 들어올까. 기업들이 기획만 하고 집행이 거의 없는 1/4분기에 뭔가 대안이 될만한 일들이 생길까라는 막연한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한다.


물론 요 최근 코로나 시기부터 어느 때보다 체감 경기가 좋지 않았던 2023년 상반기를 떠올리면. 2024년의 시작은 그래도 2023년보다는 낫겠지라는 기대감과 올해 더 나빠지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대체로 잠식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가장 큰 두려움은 20대 중반에 시작한 내가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점이고. 매년 되뇌듯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속으로 속삭였던 내 다짐이 해가 지나도 안정되지 않을 것 같은 우리 회사의 모습에 점점 힘이 부친다는 점이다. (모든 대표님들은 안정이라는 건 없다고들 하시지만, 숨이 헐떡이는 상태로 평생 살 순 없다.)


단순히 내 마음속 다짐의 여부와 상관없이 상승하는 물가와 임금 등에 비해서 우리 업계의 용역비용은 쉽게 올릴 수 없고.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어리고 젊은 직원과 사장이라는 메리트로 버텼던 부분들이 후발주자들과 새로 진입하는 회사들 틈바구니에서 더 이상 패기나 젊음만으로 회사를 굴리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매번 느끼고 있다.


분명 기업으로써 쌓아가는 업력이나 노하우가 우리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이 우리만 쌓여가겠는가. 게다가 시장의 양극화는 아주 돈을 많이 쓰는 고퀄리티의 영상 제작과 적은 예산으로 박리다매 혹은 퀄리티를 무시한 영상을 제작하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위로 가긴 어렵고 아래로 따라가면 죽을 것 같은 우리 회사에게는 참 어려운 시장 상황이다.


특히나 프리랜서나 팀으로 운영하는 것이 시류를 생각했을 때는 어쩌면 대세라 불릴 이야기지만. 근로 환경 조성과 고정비 지출, 직원들의 4대 보험. 납세 등을 모두 수행하면서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업주 입장에서. 내가 바보짓을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때가 가장 현타가 오는 순간이다.


2023년은 처음으로 직원을 늘린 숫자보다 줄인 숫자가 많은 해였고.

줄인 직원 숫자에 비해서는 그래도 매출 폭이 크게 변동이 없어 어쩌면 가장 흑자인 해일지도 모른다.


다만, 코로나 시기에도 한 발 물러서면 다시 나아가기 힘들 것 같다는 판단에 버텼던 회사였는데. 경기 불황의 직격탄에 긴축으로 전환하면서 한 발 물러서고 나니. 인원 재충원에 대한 마음이 두려움에 가깝게 변하였고. 결국에는 우리도 정말 최소한만으로 유지하는 조직형태로 변모하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과연 이게 내가 하고 싶었던 창업 혹은 기업의 운영 방향이었는지. 혹은 이러한 것들을 사업주로써 내 잘못으로 인해 다 벌어진 일들인지에 대해서 곱씹게 된다.


23년이 끝났다고 해서 사업이 끝난 것은 아니다. 기업 또한 인간처럼 죽기 전까지는 살기 위해 영속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부디 2024년에는 그래도 내년을 더 기대해 볼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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